발레리나 출신 셀럽 '박현선', 고기능성 화장품 '라비앙' 직접 만든 사연
기사내용 요약
[인터뷰]박현선 피에스인터내셔널 대표, 1세대 쇼핑몰 이어 화장품 사업도
CJ온스타일과 손잡고 '제품력' 강조해 소비자 공략...내년 해외 진출 확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요즘 화장품의 성공은 마케팅이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DM(제조업자개발생산) 업체의 발달로 누구나 품질 좋은 화장품을 만들 수 있게 됐고, 제품의 차별화가 어려운 만큼 소비자에게 화장품을 얼마나 잘 소구하는지에 따라 사업 성패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특히 유명 셀럽이 출시한 화장품 브랜드 중 제품 자체의 힘보다 홍보·마케팅 효과로 반짝 주목 받는 사례가 많아지자 이런 편견 아닌 편견이 생성됐다.
1세대 쇼핑몰 '핑크시크릿'의 창업자이자 수많은 SNS 팬을 보유한 박현선(38) 피에스인터내셔널 대표가 만든 고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라비앙(LAVIEN)'은 이런 편견에 과감히 맞선다.
소비자를 끌기 위한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마케팅이 난무하는 화장품 시장 속 라비앙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제품력'이다. 박 대표는 '원료와 성분'을 차별화 포인트로 꼽는다.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하던 평범한 대학생이던 박 대표가 처음 사업에 뛰어든 건 우연한 계기였다.
평소 쇼핑을 좋아했던 그는 시즌에 따라 비슷한 옷이 출시되는 국내 브랜드보다 해외 브랜드를 직구로 입는 걸 선호했다. 당시 즐겨 입던 청바지 브랜드를 직구로 사서 입다 보니 주문 건수가 금세 30~40건에 육박했다.
박 대표는 "대량으로 사니 할인 좀 해달라고 브랜드에 이메일을 보냈더니 그럼 아시아 세일즈를 직접 해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그렇게 해외 명품 플랫폼에 청바지를 판매하며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워낙 패션에 관심이 많고, 안목도 좋아 사람들은 그가 고른 옷에 열렬히 반응했다. 그가 입은 청바지 뿐 아니라 함께 코디한 옷이 무엇이냐며 묻는 이들이 많아졌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옷들을 하나둘씩 팔다보니 어느새 공식 쇼핑몰까지 열게 됐다. 그때 그의 나이는 21살이었다.
발레 강의를 하면서 벌어들인 수입은 사업 자금이 됐다. 당시 수중에 있던 적금 300만원으로 카메라를 구매하고, 옷을 샀다. 그렇게 팔아서 남긴 수익으로 사무실을 늘려나갔다. 2005년 '44사이즈' 소비자를 겨냥한 1세대 쇼핑몰 '핑크시크릿'이 탄생한 순간이다.
'핑크시크릿'으로 이미 성공한 사업가가 된 그는 그간 쌓은 노하우로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냈다. 지금은 맑고 윤기 있는 피부를 자랑하지만, 그때만 해도 피부과에 다니며 여러 제품을 직접 사서 써보는 등 피부 고민을 안고 있었다.
박 대표는 "건조하면서 트러블이 많은 데다 탄력이 없는 피부라 화장품 성분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여러 제품을 비교하며 피부에 맞는 성분을 찾아다녔고, 탄력을 주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화장품 사업까지 도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론칭한 고기능성 화장품 '라비앙'은 그의 피부 고민에서 시작된 브랜드고, 그렇게 탄생한 첫 제품은 '볼류마이징 래디언스 에센스'다.
'라비앙'은 무엇보다 제품의 성분과 원료에 집착한다. 각각의 피부 고민을 해결해 줄 최적의 원료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새로운 원료를 구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뛴다.
그는 "해외 논문을 보며 새로운 원료를 찾고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지 살펴본다"며 "원료 박람회에 방문해 원하는 제형에 원료를 넣어보며 연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라비앙에 합류한 지 1년차 된 브랜드 매니저는 라비앙이 웬만한 고가 브랜드보다 제조원가가 높다는 것과 신제품이 탄생하는 데 최소 1년이 걸리고, 리뉴얼 주기도 2년이라는 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화장품 업계의 리뉴얼은 대개 한 분기면 뚝딱 완성되지만, 라비앙은 원료사와 제조사를 바꿔가며 필요한 성분과 제형을 꼼꼼히 연구해 제품으로 내놓는다.
원료, 성분, 함량, 사용감 등에 따라 화장품이 미세하게 달라지는데 이 부분을 잡아 내기 위해 박 대표가 직접 수천번씩 샘플 테스트를 진행한다.
박 대표는 "이렇게 공을 들여 연구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도, 국내 화장품 시장은 ODM, OEM 업체의 발달로 너무 쉽게 제품을 따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아쉽다"며 "그래서 우리는 연구 개발해 만든 제품에 대해 독점 계약서를 쓰며 기술을 보호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실제 라비앙 제품 중 '콜라겐 프로페셔널 프로그램'은 콜라겐 100% 단일 원료로 이루어졌는데, 콜라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일 원료를 동결건조 했고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콜라겐을 172달톤까지 쪼갰다. 이는 국내 유일하게 라비앙이 지닌 기술이다.
1세대 쇼핑몰 대표로, 수많은 SNS 팬들을 보유한 박 대표는 '라비앙'의 얼굴이기도 하지만, 라비앙이 곧 박 대표로 동일시 되는 현상을 경계한다. 물론 그는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소비자와 호흡하고 제품을 알리고 있지만, 그건 브랜드 대표가 아닌 하나의 인플루언서로서의 역할일 뿐이다.
박 대표는 "개인의 힘으로 움직이는 브랜드는 신뢰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지만, 브랜드 자체의 힘을 키우면 어떤 제품을 내놓더라도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자체의 힘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만큼, 자극적이고 파격적인 마케팅도 지양한다. 그는 "제품을 사면 샤넬백을 준다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한다면 지금보다 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겠지만, 그러면 제품이 묻힐 수밖에 없다"며 "이벤트만 남고 제품이 묻히는 것보다 제품 자체가 빛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휘발성 마케팅이 아닌, 원료과 기술로 승부하는 브랜드라는 걸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었던 것은 박 대표의 이런 진심과 함께 CJ온스타일과의 협업도 영향을 미쳤다.
라비앙은 제품의 기술력을 전문성 있게 소개해주고, 3040 여성을 겨냥하는 유통채널로 '홈쇼핑'이 필요했는데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의 CJ온스타일을 선택한 것.
자사몰 위주로 판매하던 라비앙은 2019년 '볼류마이징 래디언스 에센스'를 CJ온스타일에 단독 출시했고 이후 앰플, 크림 등을 차례로 선보여 방송마다 전체 매진을 기록해 '46회 방송 매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에센스에 이어 2020년 8월 '콜라겐 프로페셔널 프로그램'도 CJ온스타일 단독 출시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줄기세포배양액 크림 '미라클 스템 엑소 스핑고좀 크림'도 단독으로 선보였다. CJ온스타일에 따르면 라비앙 브랜드 재구매 고객은 약 16만 8000명에 이른다.
박 대표는 CJ온스타일 초기 홈쇼핑 방송에 직접 출연해 제품을 알렸고, 현재는 모바일 라이브 방송에 출연하며 고객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라비앙은 2019년 홈쇼핑에 진출한 후 지난해까지 누적 매출 600억원을 올렸다.
자사몰과 홈쇼핑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서 덩치를 키우는 라비앙은 이제 해외 진출까지 도전한다. 일각에선 피에스인터내셔널이 투자를 받고 기업공개까지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그는 "자금력은 충분하고, 투자처를 찾는 건 해외 진출을 위한 유통 채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해외 진출이 간절하다.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싱가포르, 캄보디아, 대만, 말레이시아 등 해외 판로를 개척했는데 여기서 나아가 아랍과 유럽권까지 진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로써 20~30%에 불과한 해외 매출 비중을 내년 하반기까지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치열한 패션·뷰티 업계에서 박 대표가 18년간 사업가로 생존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그는 "보여지는 게 화려한 것일 뿐,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은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백조라고 한다"며 "18년 사업을 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부딪히며 고생하고 있고 고생한 만큼 성공한다는 마음으로 지금도 미친듯이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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