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옆 사람 '퍽퍽'…파킨슨병 '예고 신호'일 수도

박정렬 기자 2023. 4. 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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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방영된 의학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서는 뇌를 보는 신경외과 의사 채송화(전미도 분)의 어머니가 파킨슨병을 진단받는 장면이 나온다. 담당 의사와 통화 중 "어머니를 뵙자마자 파킨슨병을 바로 알겠던데 몰랐느냐"고 묻는 말에 자책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실제 파킨슨병은 의사조차도 진단이 어려운 병으로 손꼽힌다. 주로 나이가 들어 발병하는 데다 증상이 흔하고 진행 속도가 늦어 놓치기 쉽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2016년)에 따르면 국내 5개 대학병원의 파킨슨병 환자 49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2명 중 1명(52%)은 "내가 파킨슨병인지 몰랐다"고 답했다. 처음 증상이 나타나고 진단받기까지의 6개월 이상이 걸렸다는 응답도 절반(49%)이나 됐다.


파킨슨병은 치매(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한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감정 조절과 조화로운 신체 운동을 담당하는 도파민이란 물질이 부족해 발생하는 병으로 아직 뚜렷한 원인도, 해결책도 밝혀지지 않아 예방과 조기 관리가 최선이다. 다행히 파킨슨병은 다양한 '예고편'이 존재한다. 미리 대비해 관리하면 증상 진행을 억제해 큰 문제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세계 파킨슨병의 날(4월 11일)을 맞아 파킨슨병에 미리 대처할 수 있는 3대 전조 증상과 3대 주요 증상을 알아봤다.
3대 전조 증상 : 변비·후각 저하·잠꼬대
현대 의학에서 파킨슨병의 원인 물질로 지목되는 게 '알파 시누클레인'이란 단백질이다. 알파 시누클레인이 뇌에 쌓여 도파민 신경세포를 죽이고, 이에 따라 도파민이 줄어 파킨슨병이 발생한다고 본다. 알파 시누클레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데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이 존재하는데, 특히 의학계가 주목하는 곳은 장(腸)과 후각신경이다. 각각의 장기·기관에서 만들어진 알파 시누클레인이 신경을 타고 뇌의 연수로 이동했다가, 도파민 신경세포가 있는 중간뇌까지 침범하면서 파킨슨병이 발병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가 파킨슨병 발병 전 '예고 증상'으로 나타나는 변비와 후각 저하다. 변비는 파킨슨병이 발병하기 10~15년 전부터 시작돼 발병 후에는 대부분의 환자가 경험하는 주요 증상이다. 알파 시누클레인이 장운동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뇌 이전에 장에서부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후각 저하도 마찬가지로 뇌로 이동하기 전 후각신경에 찌꺼기처럼 알파 시누클레인이 끼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이웅우 교수는 "만성 비염이나 부비동염과 같이 이비인후과 질환이 없는데도 또래보다 냄새를 맡는 능력이 떨어졌다면 뇌 건강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렘수면행동장애도 파킨슨병의 주요 전조 증상 중 하나로 꼽힌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잠을 자다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함께 자는 사람을 때리고, 깨무는 등 과격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이는 병이다. 렘수면 때는 두뇌 활동이 가장 활발해 꿈도 가장 많이 꾸는데, 정상적인 뇌는 꿈속에서의 행동을 억제하는 반면 알파 시누클레인이 쌓여 파킨슨병 위험이 큰 뇌는 '제어 시스템'이 고장 나 꿈에서 행동을 실제로 표현하는 렘수면행동장애가 나타난다. 이 교수는 "변비나 후각 저하보다 발병률은 낮지만, 파킨슨병의 가장 확실한 전조 증상"이라며 "알파 시누클레인 축적으로 인한 루이소체 치매, 다계통위축증에서도 렘수면행동장애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잠꼬대가 심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3대 주요 증상 : 느린 움직임, 근육 경직, 떨림
파킨슨병은 대부분 운동장애로 드러난다. 중간뇌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때다. 크게 3가지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데 특히 전조 증상 후 이런 운동 문제가 관찰되면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첫 번째는 느린 움직임(운동완만, 서동증)이다. 동작이 굼떠지는 것으로 걸음이 느려지거나 표정이 사라지기도 한다. 진료실에서는 손을 폈다 쥐었다 하는 '죔죔 동작'을 평가에 활용한다. 죔죔 동작을 10회 실천할 때 점점 속도가 느려지고 갈수록 손을 덜 편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다. 엄지와 검지를 빠르게 10회 붙였다 뗐다 할 때 동일한 현상이 관찰돼도 뇌 건강을 확인해야 한다.


두 번째는 근육 경직(경축)이다. 팔을 접거나 펴려고 할 때, 마치 일부로 힘을 주는 듯 느껴지거나 톱니바퀴가 걸리듯 뚝뚝 끊어진다. 몸이 뻣뻣해지고 굳으면서 통증과 보행장애 등이 나타나 관절염이나 척추질환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어느 정도 치료해도 증상이 낫지 않고 심해진다면 한 번쯤 신경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은 떨림, 구체적으로는 안정 떨림이다. 파킨슨병 환자의 떨림은 △한쪽에서 시작해 양손, 양발로 진행하고 △움직일 때보다 가만히 있을 때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노화 등으로 인한 떨림(본태 성떨림)은 팔을 들거나 수저, 펜을 드는 등 행동할 때 심하지만 파킨슨병으로 인한 떨림은 탁자에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관찰된다.

도움말=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공식 유튜브 채널 '파킨슨TV'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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