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지도 펼쳐놓고 핵무력 위협…태양절 도발 가능성은?

김경진 2023. 4. 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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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남한 지도 펼쳐놓고 핵 무력 위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제(10일) 당중앙 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국가 방위력과 전쟁준비 완비를 위한 중요 군사적 문제를 토의했다고 북한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보도한 사진을 보면 특히 김 위원장이 남한 지역의 주요 목표물을 표시한 '작전지도'가 보여 눈길을 끕니다.

남한을 겨냥한 작전지도가 등장한 건 지난해 6월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이후 10개월 만입니다.

김 위원장은 직접 손가락으로 특정 지역을 가리키며 지시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사진이 흐릿하게 처리 돼 자세히는 확인할 수 없지만, 주한미군기지가 있는 평택 인근과 서울로 추정됩니다.

또 군 간부 한 명이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근방에 지휘봉을 대며 보고하는 장면도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의 전쟁억제력을 더욱 실용적으로, 공세적으로 확대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북한 매체는 전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전쟁억제력'은 핵 공격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 2017년엔 작전지도 공개 후 ICBM 발사

북한이 작전지도를 꺼낸 회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알려졌습니다.

2013년 3월에는 전략군 미 본토 타격계획 작전지도를, 2016년 7월에는 탄도미사일 남한 타격 지점을 명시한 작전지도를 각각 공개한 바 있습니다.

2017년 8월에는 남한지역을 4등분한 전략군 미사일 타격 작전지도를 공개했는데, 공개 직후 ICBM 화성-15형을 발사했습니다.

작년 6월 남측 동부전선 일대가 나타난 작전지도를 공개했을 때에는 전방부대에 중요 군사행동계획 임무를 추가하고 전술핵운용부대 군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또 남측 지역에 대한 작전지도를 꺼내 들면서 대형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직전에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5차 확대회의의 실천적 조치들을 되돌아볼 때, 군사정찰위성 발사나 정상 각도의 ICBM 발사에 대해서 논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 북, 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 통화에 닷새째 무응답

이런 가운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의 정기 통화는 닷새째 불통입니다.

북한은 오늘도 우리 측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및 동·서해 지구 군 통신선 업무 개시 통화 시도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북한의 무응답이 한미 연합연습과 북한 인권보고서 발간 등에 대한 반발 차원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오늘(11일) 직접 카메라 앞에 서서 성명을 발표하며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권 장관은 "남북 연락 채널 정기통화에 응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향해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북한 스스로를 고립시켜 더욱 어려운 지경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10년 만에 전면에 나서 北 압박한 통일부 장관

권 장관은 또 북한이 개성공단 내 우리 기업 설비를 무단 사용하는 것도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권 장관은 "정부는 4월 6일 밝힌 바와 같이, 북한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장관 명의 성명은 2013년 7월 28일 당시 류길재 장관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최후통첩' 성격의 마지막 회담을 북한에 제안한 이후 약 10년 만입니다.

권 장관은 직접 성명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북한이 계속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으로서는 북한이 잘못된 길을 버리고 역사의 흐름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직접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권 장관은 이어 "북한의 이런 행동이 민족 전체의 미래를 위해서뿐 만이 아니라 북한 스스로의 미래를 위해서도 옳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 이번 주 태양절…추가 도발 여부 '분수령'

당장 이번 주, 오는 15일이 북한이 민족 최대 명절로 꼽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이어서 이를 계기로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은 해마다 태양절 전후에 도발을 강행했고 지난해에는 태양절 다음 날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 미사일 2발을 쐈습니다.

북한이 4월 안에 정찰위성을 쏴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태양절을 맞아 정찰위성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정찰 위성 발사는 날씨가 맑아야 가능한데, 날씨가 변수가 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북한이 서해 NLL에서 도발하면서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다가오는 꽃게철 등을 미뤄볼 때 북이 의도적으로 누가 먼저라고 하기 곤란한 우리의 군사적 대응을 유인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군사적 행동을 정당화, 합리화 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때 군 연락선은 남북 간에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과 상호 오인을 방지하고 확전을 막을 수 있는 안전핀"이라면서 "군 연락선이 끊어졌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6차 전원회의와 연결하여 한반도에 긴장감과 위기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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