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이어 룰라도…서방의 균열? 각국 실리 찾아 중국행

장재은 2023. 4. 1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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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익 눈독…불편한 美 '반중연대 원심력 붙을라' 고심
中, 美·유럽 갈라치기·국제무대 위상 제고에 휘파람
시진핑과 마크롱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견제가 강화되는 와중에도 각국 정상의 중국 방문이 속출하고 있다.

중국과의 경제교류로 실리를 얻겠다는 게 방문 의도인 만큼 반중국 연대를 다지려는 미국에서는 불편한 기색이 관측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에 진영구축이 더 선명해진 상황에서 미국의 안보 동맹국 정상들의 방문은 더 부각된다.

대표적 사례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중이다.

숄츠 총리는 작년 11월 4일 자국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대거 이끌고 중국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다.

올해 하반기 유럽연합(EU) 이사회 의장인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올해 3월 30∼31일 중국을 방문했다.

산체스 총리는 '중국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아시아 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했으며 시 주석도 따로 만났다.

이달 5∼7일에는 마크롱 프랑스 총리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함께 중국을 찾았다.

EU의 쌍두마차인 숄츠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 기간에는 중국의 경제적 보상이 뒤따랐다.

중국은 숄츠 총리의 방문 기간에 170억 달러에 달하는 유럽 에어비스 항공기 140대를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숄츠와 시진핑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마크롱 대통령의 방문 기간에도 중국은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 프랑스 컨테이너선 16척 등을 사들이는 통 큰 선물을 안겼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양자회담을 위해 시진핑 주석을 초대한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에 새 일자리와 생산적인 자산을 창출할 투자를 해달라는 게 중국에 대한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미국으로서는 미국 안보동맹의 일원이거나 브라질처럼 회색지대에 있는 국가들의 대중국 접근이 불편하다.

세계대전 이후 주도해온 자유 민주주의 질서를 지키고 권위주의 체제의 확산을 막을 단일대오가 흔들린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비슷한 가치를 지닌 국가들의 포괄적 동맹을 통해 중국의 세를 억제한다는 대외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숄츠 총리, 산체스 총리, 마크롱 대통령이 방중 때 천명한 디커플링(탈동조화) 반대는 미국의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이 중국을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공급사슬에서 배제하는 디커플링을 중국 경제성장을 억제할 주요 수단으로 쓰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과 중국 관영매체는 이 같은 방침을 환영하며 번번이 그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파했다.

디커플링 반대는 중국과 경제교류 전면 중단은 없다는 외교적 선언이며 실제 교류도 미국의 견제 속에 선별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동맹들에 대한 미국의 신호와 엇박자인 것만은 사실이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의 눈에는 동맹국들의 이 같은 태도가 단일대오 유지를 해치는 원심력으로 비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경제적 이익을 내세워 미국과 동맹국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한다고 지속적으로 의심해왔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은 방중 뒤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이 대만 문제에 개입해 얻을 이익이 없다는 식의 말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 안보 전문가들에게는 중국의 갈라치기 전략에 따른 동맹의 탈선으로 규정하기에 충분했다.

아이보 달더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재 미국 대사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마크롱이 유럽과 미국을 갈라놓으려는 중국을 제대로 돕는다"며 "이는 전세계의 동맹과 파트너를 보유한다는 미국의 가장 큰 이점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방 지도자들의 방중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중재자로서 시진핑 주석과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강화된 점도 주목된다.

중국 외교부는 서방 정상의 방중에 대해 "더 소통하고 교류하려는 강한 희망과 광범위하고 두꺼운 공동이익"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시 주석은 최근 중동의 대표적 앙숙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고 양국 외교 책임자를 베이징으로 불러 공동성명을 발표하도록 했다.

나아가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위한 평화안을 제시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출구전략이 있는지 논의하기도 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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