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춤연습에 3D직종 전락 아이돌, 차라리 유튜버가 낫다
오디션 프로그램 늘지만
남자 연습생 줄어들어
중국·일본·태국인 투입
시청률도 0%대로 고전
국내 보다 해외서 화제
길고 힘든 합숙생활 기피
유튜버 등으로 끼 발산해
# 최근 보이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소년판타지’(MBC)에선 태국인 연습생 산타(20)가 중간 투표 1위에 올라 주목받았다. 태국의 BL드라마 배우 출신으로 한국어도 서툰 그가 다른 연습생 53명을 제친 것이다. 산타 외에도 참가자 출신지는 일본·대만·중국·미국 등으로 다양하다. 같은 시기 방영 중인 엠넷 ‘보이즈 플래닛’의 경우 연습생 참가자 98명 중 절반은 한국인, 절반은 외국인이다.
방송가와 가요계에 보이그룹 오디션이 넘쳐나는데 국내에선 원석 발굴부터 쉽지 않는 현상의 한 단면이다. 우리나라 보이그룹 지망생 부족 현상을 ‘풍요 속 빈곤’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여전히 꿈을 품은 간절한 지망생들이 많은 현실 한편에 오히려 인재는 안 보인다는 업계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런 괴리 속에서 외국인 지망생, 해외 팬덤발 ‘K팝 드림’ 바람도 강하게 불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최근 방송가의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뿐 아니라 시청층도 일정 부분 해외 팬덤에 의존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 밤 동시간대 방영 중인 소년판타지와 보이즈 플래닛은 모두 시청률 0%대(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에서 고전 중이다. 2016년 ‘픽미’, 2017년 ‘나야나’로 인기를 끈 ‘프로듀스’ 시리즈를 답습한 식상한 포맷, 2019년 불거진 엠넷 PD의 투표 조작 사건 이후 서바이벌 오디션 장르에 대한 시청자 신뢰도 하락 등 국내 대중이 외면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새로 찾은 시장은 해외다. 이미 일부 MZ세대와 해외 K팝 팬덤 사이에서 투표 열기를 띠며 고정 시청층이 확보된 모양새다. 소년판타지는 MBC뿐 아니라 일본의 OTT 아메바에도 방영되며, 태국·베트남 등 12개국에 중계되고 있다. 보이즈 플래닛도 글로벌 투표에서 2주 만에 전 세계 178개 지역에서 4758만여 표가 집계되는 등 글로벌 화제성을 입증했다.
김작가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3D 노동 기피 현상’에 빗대 “우리나라 1·2차 산업 종사자가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된 것처럼 보이그룹 구성원도 해외 인력으로 대체되는 추세”라고 짚었다. 그는 “K팝 아이돌이 전세계 최상급 콘텐츠로 부상하면서 연습생은 채워야 하는데, 국내 젊은 세대 관심도는 떨어지고 마침 아시아 타국에선 ‘K팝 드림’을 꿈꾸며 선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가와 기획사들이 보이그룹 오디션을 양산하는 건 지식재산권(IP) 확보와 수익성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중성이 떨어질지언정 소수나마 팬덤이 형성되는 이상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한 구매력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걸그룹이 아무리 음원 스트리밍에 강세를 보여도, 음반 판매량은 보이그룹이 휩쓴다. 실제로 한터차트에 따르면 역대 음반 초동(발매 첫 일주일간 판매량) 기록 1~10위는 방탄소년단(BTS)·스트레이키즈 등 모두 보이그룹 차지다. 100위권까지 넓히면 블랙핑크, 에스파, 아이브, 뉴진스 등 걸그룹도 있지만, 남성 가수의 음반 78개, 여성 가수 음반 22개로 차이가 크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보이그룹이 걸그룹에 비해 높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계속 데뷔를 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뮤직과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는 모두 보이그룹 글로벌 공개 오디션을 공고했다. 또 KOZ·판타지오·위드어스 등 크고 작은 기획사에서 상반기 중 보이그룹을 데뷔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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