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진화 헬기도 못뜨는 ‘태풍급’ 강풍…좁은 기압계 통로에 태백산맥 겹쳐

세종=손덕호 기자 2023. 4.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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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에 초속 37.8m 강풍…산불 난 강릉엔 초속 28.7m
고기압·저기압 거리 가까워 태풍 수준의 강한 바람
서풍이 태백산맥 오르며 건조해지고 강하게 부는 ‘양간지풍’
내일도 강풍…산불 주의해야

“현재 초속 최대 30m의 강풍이 불고 있어 헬기가 뜨지 못하고 있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11일 태풍급의 강한 바람이 부는 가운데 발생한 강릉 산불에 소방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한 말이다. 강한 바람은 강릉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불고 있다. 고기압과 저기압의 거리가 가까워 바람이 빠져나갈 통로가 좁은 게 원인이다. 강릉 지역에는 태백산맥을 지나면서 공기가 건조해진 것도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YONHAP PHOTO-1800> 강릉서 산불…해변으로 번지는 불길 (강릉=연합뉴스) 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난 불이 확산되는 가운데 해변가 리조트 인근에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3.4.11 [독자 인미연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byh@yna.co.kr/2023-04-11 12:02:04/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중부지방과 전북, 전남 서해안, 경북 북동산지, 경상권 해안, 제주도 해안에 강풍특보가 발효 중이다. 순간 풍속 시속 70㎞(초속 20m)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고, 산지에는 시속 110㎞(초속 30m) 수준의 매우 강하게 바람이 부는 곳도 있다. 고속도로에서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로 빠른 바람이 부는 것이다.

기상청이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측정한 최대 순간풍속은 설악산이 초속 37.8m로 가장 빠르다. 고성(초속 30.6m), 동해(초속 30.6m), 강릉(초속 28.7m) 등에도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인천 옹진 초속 26m, 경기 과천 관악산 23.3m 등 경기권에도 강풍이 불었다. 강원과 가까운 경북 울진에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29.8m를 기록했다.

이 같은 강풍은 태풍 폭풍반경(태풍 중심부터 풍속이 초속 25m 이상인 구역)에 든 수준이다. 태풍의 경우 ▲초속 17m 이상 25m 미만 ‘간판 날아감’ ▲초속 25m 이상 33m 미만 ‘지붕 날아감’ ▲초속 33m 이상 44m 미만은 ‘기차 탈선’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5일 태풍 ‘힌남노’가 제주에 접근 중인 가운데 서귀포 강정동에서 가로수가 쓰러져 안전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11일 전국적으로 힌남노 수준의 강풍이 불었다. /제주소방안전본부 제공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가 상륙했을 때 초속 20m를 웃도는 수준의 바람에 가로수가 쓰러지고 간판이 떨어져 행인이 다치거나 차량이 파손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힌남노 수준의 강풍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자체들은 ‘강풍으로 인한 화재 발생이나 안전사고나 시설물 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날 바람이 강하게 부는 이유는 한국 남쪽에 고기압이 있고 북쪽으로 저기압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기압과 저기압 거리가 가까워, 양 기단에서 부는 바람이 지나는 통로가 좁게 형성됐다.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하고 물을 튼 뒤, 호스 끝에 힘을 줘 좁게 만들면 물이 빠르게 분출되는 것과 비슷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나타난 강풍에 대해 “한반도 북쪽에 있던 찬 공기가 일시적으로 깊게 내려오면서 발달한 북서쪽의 저기압이 남동쪽의 고기압을 빠른 속도로 밀기 때문”이라며 “저기압과 고기압 사이에서 바람이 부는데 그 사이의 간격이 좁아져, 마치 공기가 한꺼번에 터널을 통과하면 속도가 빨라지듯 바람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기상학적으로 일반적이며 이상기후는 아니다”라고 했다.

11일 오후 3시 현재 순간 풍속. /기상청 제공

산불이 발생한 강원 영동지역은 태백산맥 때문에 바람이 더 강하게 불고 있다. 한반도 서쪽에서 부는 바람은 태백산맥을 만나면 산비탈을 타고 오른다. 그런데 먼저 불어온 따뜻한 공기가 산맥 위쪽을 덮고 있으면 산비탈을 오르던 서풍이 더 상승하지 못하고 정상을 지난 뒤 폭포수처럼 산 아래로 떨어진다.

바람이 산비탈을 타고 오르면서 바람은 습기를 잃고 건조해지는 푄 현상이 나타난다. 기압계가 ‘남고북저’ 상황일 때 강원 영동 지역에 태백산맥을 넘어 강하게 부는 건조한 바람은 ‘양간지풍(襄杆之風)’이라는 명칭도 있다. 강원 양양과 강릉·고성 사이에 부는 바람이라는 뜻이다.

오는 12일에도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12일 아침까지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질 수 있으니, 야외 활동(산행, 캠핑 등) 시 화기사용 및 불씨 관리 주의, 쓰레기 소각과 논밭 태우기 금지, 입산 자제 등 산불 및 각종 화재 예방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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