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선착순·1/N' 기초연금, '하후상박'으로 바꿔야
현재 기초연금은 월 최대 32만3180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30만원으로 인상됐고, 이후 물가 인상이 반영돼 32만원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이어 기초연금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여전히 노인빈곤율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대선 때마다 오르는 기초연금
기초연금 인상은 대선 단골 공약이다. 그렇기에 물가인상률 연동인 기초연금이 9년여 만에 20만원에서 32만원으로 오를 수 있었다. 참고로 2023년 기초연금 예산은 22조5000억원이다. 2014년 대비 예산은 3.26배 늘었으며, 수급 인원은 50% 증가했다. 물론 앞으로는 더 가파르게 늘어난다. 노인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날 테니 당연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국정보고서에 '임기 중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명시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가 실현된다면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인 2027년의 기초연금 예산은 4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몇 년이 아니다. 인구통계 상 27년 후인 2050년에는 기초연금 수급자가 1330만명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 빈곤 해결, 올리는 것만이 능사인가
기초연금이라는 제도의 목적은 그 이름처럼 기초적인 노인 소득 보장이다. 그러나 기초연금은 금액이 많고 적고를 떠나 큰 맹점이 있다. 특히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는 표현처럼 현행 기초연금은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지급되지 않는다. 즉 아무리 기초연금을 올려도 정말 가난한 노인에게는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외 이중과세라고 불리는 '국민연금 연계감액', 선착순 70%에 들지 못하면 아예 배제되는 '모 아니면 도' 방식의 '선착순 연금제도'는 노인 빈곤 예방과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기초연금 정책 방향에 맞는 것인지 의문을 들게 한다.
◇1960년대생이 온다
아래 표는 기초연금을 받는 하위 70% 범위를 결정하는 기초연금 선정기준액과 각종 제도에 가장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소득 기준의 근간인 기준중위소득과 소비자물가 인상률(상승률) 변화다.
2016년 기초연금을 받는 70% 안에 들려면 1인 기준 월 100만원 소득 이하여야 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기준이 202만원이다. 7년 만에 무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반면에 기준중위소득은 27.8%, 물가상승률은 고작 12.42% 늘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새로 '노인'에 진입하는 세대의 소득과 재산이 과거에 비해 현격하게 향상됐음을 뜻한다. 단적으로 국민연금만 보더라도 63세는 해당 연령대 인구 가운데 58%가 수급자이고 연금액은 64만4000원이지만 80세는 46.3% 31만원, 90세는 11.8% 26만8000원이다. 즉 젊은 노인일수록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도 많고 받는 금액도 많아진다. 그렇기에 노인이라 해도 연령별 상황은 꽤 갈린다. 65~74세의 초기 노인 연령대 빈곤율은 2011년 44.59%에서 2020년 29.43%로 15.15% 줄었지만 75~84세는 같은 기간 58.23%에서 50.34%로 7.9% 감소에 그쳤다. 반면에 85세 이상 초고령 노인은 48.23%에서 54.31%로 오히려 빈곤율이 6.08% 높아졌다. 특히 지금의 1960년대생은 가장 맏형인 1960년생도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기준 28세였다. 직장인이었다면 초기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한 본격적인 세대가 1960년대생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 수밖에 없다. 또한 2008년까지 60%가 넘는 소득대체율이 유지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긴 가입기간+높은 소득대체율'의 두 가지 장점을 함께 누린 세대라 할 수 있다.
◇기초연금, 가성비 있게 전면 개혁해야
70%에 대해 일괄 32만원씩 지급하는 게 아니라 소득과 재산 수준을 고려해서 정말 가난한 노인에게는 평균 70만~80만원 지급하고, 그보다 형편이 조금 나은 계층에는 평균 50만~6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면 노인빈곤률은 어떻게 될까. 아마 현재보다 대폭 개선될 것이다. 물론 당장 모든 노인을 대상으로 적용하는 건 쉽지 않다. 기존에 32만원 기초연금을 받던 노인들의 연금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 노인에 진입하는 연령부터는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왜 우리 나이대부터 다르냐”며 항의할 수 있겠지만 이를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정치 역할이다. 이와 함께 65세 이상 생계급여 지급예산이 올해 기준 2조1447억원으로 책정됐다. 의료급여기관의 부담금은 2022년 한 해 동안 5조2610억원이었다. 둘만 합쳐도 7조4000억원이다. 기존의 생계급여까지 통합해서 적정한 소득을 기초보장연금으로 받는다면 기초생활보장에 따른 지출 역시 상당 부분 줄어서 기초연금의 '하후상박' 개편에 따른 재정 부담 상쇄에 기여할 것이다.
연금개혁을 선도해 온 스웨덴과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도 그렇고, 과거 모든 노인에게 보편적 지급을 하던 기초연금은 노인의 기본적인 생계를 보장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형태로 변해 왔다. 단지 재정 부담 문제를 넘어 그것이 공적인 기초연금이 갖는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핀란드의 소득구간별 연금액이다. 노란색 부분에서 알 수 있듯 National Pension이라 불리는 조세 기반의 기초연금은 철저히 하후상박 원칙에 따라 지급된다. 주거수당(연두색)과 보충연금(주황색)도 마찬가지다.
노인범주형 소득보장체제인 가칭 기초보장연금은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기초연금이라는 우리나라 복지의 핵심 축을 전면 개혁하는 문제다. 쉽지는 않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령화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로 의존성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돈은 돈대로 쓰면서 막상 노인 빈곤 문제는 획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대책이 절실하다. 2050년이면 1년에 102만명 넘게 태어난 1971년생이 70대 후반이고, 20대 후반으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할 2022년생은 고작 24만9000명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kangbw89@gmail.com
<필자>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을 거쳐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 수행비서를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참여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20대 국회의원 총선 서울 은평구(을) 지역에서 처음 당선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운영위원·기획재정위원·보건복지위원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 민주당 정책위원회 선임부의장을 거쳐 민주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상임부위원장직을 맡았다. 현재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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