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딜 26조' 다시 뛰는 M&A 시장…자금 다시 돈다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 탓에 얼어붙었던 M&A(인수·합병)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연초부터 조단위 규모의 딜(거래)이 연달아 이어졌고, 공개매수를 통한 M&A도 진행됐다. 경기침체 등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오히려 이를 기회 삼아 적극적으로 M&A에 뛰어든 PEF(사모펀드) 운용사들도 늘고 있다.
11일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이날 MBK파트너스와 유니슨캐피탈(UCK)의 오스템임플란트 2차 공개매수가 종료됐다. MBK와 UCK는 지난 2월 최대주주와의 주식계약, 공개매수를 통해 약 1조8091억원을 들여 오스템임플란트의 새 주인이 됐다.
MBK와 UCK는 이번 2차 공개매수를 통해 오스템임플란트를 자진 상장폐지 시키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MBK는 올해 오스템임플란트뿐 아니라 스마트폰용 필름 생산 국내 1위 업체인 넥스플렉스도 사들였다. 지난달 말에는 2조4000억원 규모의 구강 스캐너 기업 메디트의 인수도 완료했다.
롯데케미칼도 지난달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계약을 마쳤다. 계약 규모는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외에도 EQT 파트너스의 SK쉴더스 인수(2조3300억원),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계약 규모 2조2848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2조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1조2500억원) 등 조단위 계약이 이뤄졌다.
정경수 삼일PwC M&A센터장은 "지난해 4분기에는 불확실성이 커서 다들 관망만 했지만, 최근 M&A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 반도체 관련 기업, 디스플레이 기업 등 현금흐름이 좋고, 국가 경쟁력이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M&A 시장은 급격한 금리인상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동이 걸렸다. 돈줄 역할을 하는 인수금융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M&A 인수자들의 자금줄이 말랐다. 자금을 구하지 못해 딜 클로징(거래 종결)이 예정보다 미뤄지거나 딜 자체가 깨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나 올해는 금리인상 속도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M&A 시장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도 퍼지면서 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경기 불확실성이 클수록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에 기업을 인수할 기회가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1분기 완료 기준 기업 인수 매각 거래 규모는 26조2233억원, 거래 건수 109건이다. 지난해 1분기 37조2905억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해 4분기 매각 거래 규모 13조272억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M&A 시장에 나온 매물도 많다. LG화학은 비주력 사업인 진단사업 부문 매각을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 40.7%를 팔 계획이다. IMM PE(프라이빗에쿼티)는 에어퍼스트의 지분 30%를 매각할 예정이다. 매각 규모는 1조원대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에이블씨엔씨, 피자나라치킨공주, 쌍용레미콘 등이 매각을 추진 중이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인수금융 시장도 괜찮아지고, 자금 조달도 지난해보다는 나아지고 있어 M&A 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투자업계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7일 사모투자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겠다고 공고했다. 위탁운용은 PEF와 VC(벤처캐피탈) 분야로 규모는 9500억원에 달한다.
한국수출입은행도 지난달 초 1500억원 규모의 펀드 출자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사학연금과 노란우산공제회, 군인공제회 등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하반기에 관련 출자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분간 고금리 시대가 계속되고,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M&A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등 금융기관 등은 이미 손실을 본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 투자할 여력이 없다"며 "시장 변동성이 심한 만큼 관망하겠다는 기관들도 많아 자금 조달이 여전히 수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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