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궂은 운명, ‘최강’ KGC와 ‘업셋’ 캐롯의 4강 격돌

김은진 기자 2023. 4. 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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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인삼공사 김상식 감독(왼쪽)과 캐롯 김승기 감독. KBL 제공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까지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김승기 감독과 함께 했던 시절, 3점 슈터 전성현도 있었다.

올시즌 전 KGC가 우승 후보에서 거의 배제됐던 이유는 전력 손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전성현이 떠났고 팀을 2년 연속 챔프전에 올려놓으며 단기전 승률을 높여온 사령탑도 떠났다.

그럼에도 KGC는 올해 정규리그 1위를 했다. 새 사령탑 김상식 감독은 약해질 것이라던 팀을 이끌고 시즌 내내 1위를 지켜 4강에 직행했다. 이제 챔프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공교롭게 고양 캐롯을 마주하게 됐다. 지난 시즌까지 같이 했던 김승기 감독이 이끌고 전성현이 에이스로 뛰는 캐롯과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대진은 정규리그 2위 창원 LG와 3위 서울 SK, 그리고 1위 KGC와 5위 캐롯의 대결로 결정됐다. 13일 KGC와 캐롯의 1차전으로 문을 연다.

정규리그에서 3승3패씩을 서로 팽팽하게 주고받았던 LG-SK의 대결 만큼이나 1위인 KGC와 5위 캐롯의 대결이 긴장감을 주며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 과거에 있다.

김승기 감독은 2020~2021시즌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2021~2022시즌에도 챔프전까지 올랐지만 팀을 떠났다. 지난 시즌 KGC가 챔피언결정전을 치를 무렵, 김승기 감독이 새 구단으로 옮길 것이라는 소문도 이미 퍼져 있었다. KGC는 5차전까지 SK와 싸워 준우승을 했고, 그 뒤 김승기 감독은 새 구단 캐롯으로 이동했다. FA가 된 전성현도 4년 계약에 첫해 보수 총액 7억5000만원의 큰 계약을 하고 역시 캐롯으로 갔다.

1라운드 캐롯과 KGC의 첫 맞대결에서는 김승기 감독의 직설 화법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현재는 상대 팀이 된 친정 팀에 대한 부정적인 말들을 여과없이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안 KGC 구단이 제재를 요청했고 김승기 감독은 KBL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챔프전으로 가는 기로에서 마주하게 됐다.

KGC는 시즌 내내 1위를 놓지 않은 올시즌 최강 팀이다. 당연히 전력상 한 수 위다. 역대 25차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위 팀이 탈락한 것은 2차례뿐이었다. 2008~2009시즌 모비스가 4위 삼성에, 2010~2011 시즌 KT가 4위 DB에게 챔프전 티켓을 내줬다. 정규리그 1위 팀이 5위 팀에 밀려 챔프전에 나가지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KGC로서는 반드시 챔프전에 올라야 한다.

캐롯은 정규리그 5위지만 4위 현대모비스를 제치고 4강에 올랐다. 무엇보다 5위를 하고도 구단의 재정난으로 인해 플레이오프를 뛸 수 있을지 기약이 없었고 급여도 제대로 다 받지 못한 채로 에이스 전성현이 사실상 빠진 6강에서 ‘업셋’을 이뤄내 기세를 올렸다. 4강에서도 전성현의 출전 여부가 역시나 큰 변수다. 캐롯을 4강으로 이끈 새 에이스 이정현도 “쉬울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6강처럼 승부는 어찌될지 모른다. 끝까지 열심히 해보겠다”고 거침없이 싸울 각오를 드러냈다. 기세를 가져가기 위해 단기전에서는 더 거침없는 말들을 내놓는 김승기 감독의 입도 시선을 모은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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