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 용서받지 못한 자의 사과 "병역 기피 어리석었다, 빅스도 탈퇴"[종합]

장진리 기자 2023. 4. 1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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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가수 라비(김원식, 30)가 병역 기피 의혹을 모두 인정하고 사과했다. 동시에 11년간 몸 담았던 빅스에서도 탈퇴를 선언했다.

라비는 소속사 그루블린을 통해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잘못된 선택을 했다”라며 “제 잘못으로 인해 피해와 상처를 입으신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병역을 면탈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라비가 직접 입장을 밝히고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비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병역 브로커 구모 씨, 자신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 씨와 공모해 허위 뇌전증을 연기해 병역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오전 열린 첫 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법원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인 라비는 재판을 마치고 자신의 허심탄회한 심경을 담은 입장을 전했다.

라비는 병역 기피 시도 전 이미 4급 판정으로 대체복무가 결정됐으나 활동을 위해 복무 시기를 연기했고, 이 과정에서 사내의 유일한 수익 창출원이라는 압박감에 병역 기피라는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했다고 호소했다. 이후에는 이러한 걱정이 해소되자 대체복무를 자원해 지난해 10월부터 병역 의무를 이행 중이라고도 설명했다.

라비는 2021년 2월 마지막으로 병역 이행을 연기하면서 ‘향후 입영 일자가 통보될 경우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병무청에 제출했다. 이때 라비는 브로커 구씨를 만나 면담했고,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5급 면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정보를 듣고 5000만 원을 건네고 구씨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구씨의 지시에 따라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고,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해서는 입원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외래진료에서는 의사에게 ‘1년에 2~3번 정도 나도 모르게 기절할 때가 있다’는 등의 거짓말을 해 뇌파 및 MRI 검사를 받고 ‘특별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소견을 받았으나 약 처방을 요구했고, 약물치료 의견을 받아내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받아 같은 해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원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비의 설명처럼 그가 현재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허위 뇌전증을 연기해 병역을 면탈하려 한 시도는 쉽게 용서받을 수 없다. 라비를 향한 호감도가 컸기에 병역 기피를 위해 허위 뇌전증 연기까지 했다는 점에서 대중의 공분은 크다.

그는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잘못된 선택을 한 저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뇌전증 환자분들과 가족분들과 지금 이 순간에도 성실히 복무를 이행 중이신 모든 병역 의무자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 드리고 싶다”라고 사과했다.

팬들에게도 사과했다. 그는 “저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과 가수 그 이상의 존재로 오랜 시간 저의 인생 자체를 열렬히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들에게 함께한 시간들이 모두 부정 당하고 무너져 내리는 마음을 겪게 해 진심으로 죄송하다.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이렇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 면목이 없다”라고 사죄했다.

결국 라비는 이번 일로 빅스 탈퇴를 결정했다. 팀 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멤버들이 자신으로 인해 받을 피해를 걱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라비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빅스의 또 다른 멤버 레오, 켄이 팬사인회를 준비하다 일정을 취소하는 등 논란에 소환되는 모양새가 된 것도 탈퇴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라비는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빅스 멤버들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가지 않도록 저는 팀에서 탈퇴를 하기로 했다. 11년이란 긴 시간 동안 부족한 저와 함께해 준 멤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미안한 마음”이라며 “멤버들의 소중한 노력에 저로 인한 피해가 더 이상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라비는 “이번 일로 주시는 비판은 모두 제가 감당해야 하는 몫이라 생각한다. 많이 꾸짖어 주시면 더 깊이 뉘우치고 배우겠다. 이 초라한 사과의 말들로 저의 잘못이 사라지는 것이 아님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이 순간을 잊지 않고 되뇌며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우고 노력하겠다”라고 반성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 라비 ⓒ곽혜미 기자

라비 변호인은 그가 병역 면탈 시도 전에도 4급이었고, 현재 병역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점, 소속사 대표로서 직원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원래 4급 사회복무대상자였고, 이 사건으로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뇌전증 병역 판정은 그 특성상 진단만 받으면 7급 대상자가 돼 병역 연기가 되고, 진단으로부터 2년만 지나면 병역 면제 처분이 된다. 병역 면제가 되기 전에 사회복무를 하겠다고 자원했다. 그런데 기존 판정과 동일한 급수인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아 6개월째 복무 중”이라고 했다.

이어 “라비는 회사 임직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잘못된 판단을 했다. 반성하고 깊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20대의 젊은 시절이 인생의 정점이고, 그 시기가 지나면 직업적 생명이 마감된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러한 점을 참조해달라”라고 읍소했다.

라비의 선고 기일은 추후 지정된다.

▲ 라비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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