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유출에 “엄청난 배신” 美 국방부 분노… 오스틴, 6개월 후 인지
백악관 “한국 등 동맹과 고위급에서 소통 중”
1급 비밀 열람 가능한 사람만 125만명 달해
한국 등 동맹국들을 도·감청한 정황이 담긴 미군의 기밀 문건 유출과 관련해 미국이 동맹과 고위급에서 소통 중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해킹이나 러시아의 허위 정보 전략보다 미군 내 정보 유통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국방부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유출 문건에 한국, 이스라엘 등을 감청한 내용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상당히 고위급 차원에서 관련 동맹국·파트너국가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건들은 공공 영역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그중 일부는 조작됐다”고 했다.
●“속이 메스꺼울 정도” 문건유출에 美 국방부 충격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문건 유출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한미 관계는 매우 깊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영부인(질 바이든 여사)은 국빈 방문 기간 한국의 카운트파트와 파트너를 맞이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 내 분위기는 소위 초상집이다. 국방부 관리들은 폴리티코에 “내부 분위기는 분노다”, “엄청난 배신이다”, “속이 메스꺼울 정도다” 등으로 충격을 표현했다. 특히 영국 탐사보도매체 벨링캣은 일부 문건이 디스코드에 업로드된 시점을 지난 1월 13일이라고 전했지만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지난 6일에야 이를 인지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주에야 관련 보고를 받았다.
크리스 미거 국방장관 보좌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출 문건의) 문서는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관련 작전, 다른 정보 사항 등에 대한 업데이트를 고위급 인사들에게 제공할 때 사용되는 포맷(형식)과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유형의 정보가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배포됐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초 유출은 작년 10월 디스코드 단체 대화방”
영국 가디언은 10일(현지시간) 100장 이상의 미 국방부 기밀문건이 유출된 것은 ‘빙산의 일각’으로 최초 유출은 지난해 10월 약 20명이 참여했던 디스코드 단체 대화방에서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탐사매체 ‘벨링캣’이 기밀문건 과정을 추적한 결과 군사, 음악, 비디오 게임 등에 관심있는 10대들이 주 사용자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문건이 유통됐다. 총과 방탄복 관련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 ‘옥사이드’의 팬 서버에서 만난 몇몇 게이머들이 디스코드에 ‘터그 셰이커 센트럴’이란 채팅서버를 개설했고, 여기서 루카로 알려진 10대가 107장의 기밀문건 사진을 처음 올렸다.
지금은 삭제된 ‘터그 셰이커 센트럴’ 서버 이용자들은 벨링캣의 취재에 응하면서 알려진 문건 유출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비밀 문건이 올라온 뒤 디스코드 내에서 훨씬 사용자가 많은 마인크래프트 게임 관련 대화방에 유통이 됐고, 이후 훨씬 많은 회원을 보유한 커뮤니티 ‘포챈’(4chan)에도 문건이 공개됐다.
●“문건 유출, 러시아가 배후일 가능성 없어”
이어 4월 초에 러시아가 텔레그램에서 운영하는 선전·선동 계정에 조작된 버전이 섞인 문건이 올라왔고, 트위터 등으로 확산하며 국방부는 4월 6일에서 7일 사이 관련 사태를 파악하게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주에야 관련 보고를 받았다.
8년 전 설립된 디스코드는 비공개로 채팅 서버를 운영할 수 있어서 기밀 문건 유출 플랫폼이 됐으며, 지난해에도 디스코드를 통해 영국 챌린저 2 전차의 실제 기밀 정보와 프랑스 르클레르 전차의 매뉴얼이 누설됐다.
‘벨링캣’의 연구원 아릭 톨러는 “해당 서버 이용자 등 유출된 문건이 올라온 것을 지켜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러시아가 배후일 가능성은 없었다”면서 “이용자들은 전쟁에 관심이 없었고, 대부분 ‘콜오브듀티’ 게임을 하고 음성채팅을 하며 밈을 공유하는 젊은 층이었고 일부는 10대였다”고 말했다.
●“보안 승인 받은 미군과 계약자도 열람 가능”
가디언은 해당 문서가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의장을 비롯한 미군 수뇌부 보고용으로 지난 겨울 동안 작성된 문건으로 보이지만 보안 승인을 받은 다른 미군 인력과 계약자들도 열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에 따르면 2019년 미국 정부의 일급비밀 자료를 읽을 수 있도록 허가받아 접근권한을 가진 사람은 125만명에 달했다.
가디언은 “이번 유출 관련 증거들로 미뤄 볼 때 최초 유포자는 미군 기밀 접근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게임과 무기 애호가로 보이며 다른 이용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는 것 외에 더 복잡한 동기를 가지고 유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서울 윤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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