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장 “가까운 과거 알지 못하면 미래 없다”

조아서 기자 2023. 4. 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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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말 별관 개관후 2만명 방문…12월에 본관 개장
"역사에 스토리 입혀 공감 만드는게 박물관의 소명"
김기용 부산근현대역사관장.2023.4.10/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과거에 머무는 전통적인 박물관에서 벗어나 현재와 소통하며 변화하는 공간, 사람이 중심인 부산근현대역사관을 만들겠습니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은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도서관, 공연장, 교육장 등 인문학 거점으로 활용될 이곳은 지난 2018년 부산근현대역사박물관 조성 기본계획 수립 이후 5년 만에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지난 1월 27일 시범 운영 기간부터 현재까지 약 두달 반 만에 2만여명의 시민이 방문했다.

당초 오는 6월 본관과 별관을 함께 개장할 예정이었지만, 본관으로 활용된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에 구조안전 문제가 발생해 본관 개장은 12월로 미뤄졌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 10일 추경 예산 중 20억원을 부산근현대역사관 조성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이중 14억 5000만원을 구조 개선 공사에 활용해 본관 개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또 일부 예산은 전시·공연·투어 장비 확충과 청년 예술인을 위한 창작 공간 마련에 쓰일 예정이다.

김기용 초대 근현대역사관장은 11일 “본관은 복합문화공간, 별관은 인문학 거점 공간으로 역할이 나뉜다”며 “야외 광장과 함께 이곳은 부산의 새로운 역사문화 거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근현대역사관 초대관장으로 임명된 김 관장은 부산 가야고 출신이다.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소속으로 국가기록원,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등에서 근무했다.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부산근대역사관(옛 부산미문화원)과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를 통합해 전체면적 9061㎡ 규모이며 근현대사에 특화된 역사관은 전국에서 부산이 유일하다.

김 관장은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신관 등 부산근현대역사관으로 활용되는 건물만으로도 역사관의 기능과 역할을 알 수 있다”며 “조선 말기부터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과 6·25 전쟁 등 파란만장한 우리 민족의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본관으로 쓰이는 옛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1909년 대한제국 당시 설립됐으며 1950년에는 1차 화폐개혁으로 최초의 화폐를 발행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에는 부산시 문화재자료 제70호로 지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 지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부산근대역사관으로 활용된 별관은 1928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신관으로 건립됐다. 이후 한국 전쟁 당시에는 주한미국대사관, 1957년에는 부산미국문화원으로 사용됐다. 1999년 부산시로 소유권이 이전돼 2001년 부산시 지정기념물 제49호로 지정됐다.

김 관장은 “근현대사는 사실상 현재와 가장 가까운 과거다. 가까운 과거에 대한 이해 없이는 현재 도시를 이해할 수 없다. 작은 어촌 마을이 세계적인 해양도시로 성장하는 과정은 부산의 정체성이자 지향할 방향성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부산의 발전은 그 궤를 같이 한다. 부산은 대한민국 최초의 개항지, 일본의 대륙 침략을 위한 전투기지, 그로 인해서 인프라가 구성되면서 근대 식민도시로 발전했다. 또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 역할을 하고, 수출의 경제를 이룰 때 부산은 경공업 산업을 담당하며 대한민국의 산업화 최전선에 있었다. 이후 민주화 운동 시기엔 부마항쟁 등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부산을 빼놓을 수가 없다”며 그 당위성을 설명했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서가.(부산근현대역사관 제공)

현재 개관한 별관은 기록원과 박물관을 접목한 ‘아키비움’ 방식의 복합 인문·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부산 근현대사 관련 도서를 비롯한 1만여권의 도서와 아카이브 자료로 채워졌다. 오는 6월 15일까지는 ‘부산의 책-시대의 감정, 지역의 얼굴’을 주제로 북큐레이션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본관은 2개의 상설전시실과 1개의 기획전시실, 어린이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된다. 이곳은 개항, 피란도시, 산업화 등 역사콘텐츠를 중점으로 지역 및 장소의 역사성을 강조하고 최초 개항지 부산의 역사성과 해양수도 부산의 정체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기획된다.

12월 본관 개관과 함께 열릴 첫 기획전시는 ‘(야)구도(시) 부산’이다. 고교야구의 인기, 프로야구의 시작부터 부산시민의 야구사랑 등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 관장은 “유물, 자료도 중요하지만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역사에 스토리를 더해 ‘공감’을 만들어 내는 게 앞으로 역사관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현재 10명 남짓한 학예연구 인력은 개관에 맞춰 상설 전시, 공간 구성 등에 초점을 맞춰 구성됐다. 이에 부산근현대역사관은 개장 이후 부산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두고 학예 인력을 재배치, 추가 채용하는 등 조직 개편·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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