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절단 英참전용사, 킬리만자로까지 햄버거 배달, 왜?
기사내용 요약
재향군인 모금…배달 가능 최고 지역까지 올라
이라크전 탈레반 폭발물에 두 다리·한 팔 잃어
노숙자·군인 복지 위해 '스탠딩톨재단' 설립
[서울=뉴시스]김경문 인턴 기자 =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급조폭발물장치(IED)가 폭발해 두 다리와 오른팔을 잃은 영국의 한 참전용사가 모금을 하기위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햄버거 배달을 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기네스월즈레코드 등에 따르면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영국 상이군인 앤디 리드는 세계에서 높은 산 중 하나인 킬리만자로산에 햄버거 배달을 나섰다. 지상부터 해발 5895m 정상까지 그는 두 의족에 의지한 채 등반에 성공했다.
앤디 리드는 영국군으로서 이라크전에 파병을 갔다. 그는 2009년 10월 13일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에서 순찰을 하던 중 탈레반의 IED를 밟은 뒤 두 다리와 오른팔을 절단해야 하는 중상을 입었다. 앤디는 약 일주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고 가족들의 보호 속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그는 당시 깨어났을 때의 심정을 묻자 "침대에서 일어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 생존자'였다"며 "우리 연대 중에서 같이 순찰을 돌던 전우 아홉 명이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고 답했다.
한순간에 상이군인이 된 앤디는 병상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삶의 계획을 세웠다. 그는 침대에서 인생의 마스터플랜을 짰다. 앤디가 가장 처음 마음먹은 것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청혼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는 의사에게 "언제쯤 집에 갈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의사는 "스스로 휠체어를 오르내릴 수 있을 때 떠날 수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앤디는 당장 그날부터 휠체어에 오르내리는 연습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지 10일 만에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집으로 간 뒤 앤디는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모든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획을 세분화했다. 그리고 그저 시도했다. 앤디는 400마일(약 650㎞) 넘게 자전거로 영국을 일주하고, 스카이다이빙도 하고, 카약도 탔다.
앤디는 2011년 끝까지 병상을 지켜준 여자친구 클레어와 결혼을 했고 자신과 똑같이 닮은 두 자녀를 두었다.
그는 지금껏 받았던 주변의 관심과 도움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해 사용하고자 결심했다. 이후 앤디는 재향군인, 노숙자, 자살 시도자 등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신체 활동을 통한 정신 건강과 복지를 위해 2020년 스탠딩톨재단(StandingTallFoundation)을 공동 설립했다.
앤디는 매해 이 자선단체의 기금 모금을 위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도전을 했다. 지난해 그는 새로운 챌린지에 나섰다. 두 다리가 없는 절단 장애인으로 세계에서 높은 산 중 하나인 킬리만자로산을 등반하는 것.
앤디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스탠딩톨재단을 후원하는 미국의 외식 배달중개 앱 서비스 '우버이츠'(Uber Eats)의 후원을 받았다. 그는 업체의 도움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서 햄버거 배달을 하는 도전을 나섰다.
탄자니아에 위치한 킬리만자로산은 해발고도 5985m의 돌산으로 특히 일반인도 등반이 힘든 곳이었다. 그는 다른 22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했다.
킬리만자로산은 앤디에게도 친숙한 장소였다. 그는 이미 군대에서 복무하던 신병 시기 21세의 나이로 1999년 킬리만자로산을 5일 만에 정복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앤디가 세월의 풍파를 맞은 것은 물론 두 다리와 한 팔도 없는 상태였다. 그는 이번 등산을 위해 지난 2년 주말마다 영국의 산을 등산하며 체력을 길렀다. 앤디는 "두 팔과 다리가 있었을 때도 킬리만자로 등반은 힘들었다"며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디는 등산을 도와주는 22명의 친구들과 함께 매일 약 10~12시간 꾸준히 산을 올랐고 마침내 약 보름 만에 킬리만자로 정상에 도착했다. 그가 정상까지 가져온 햄버거는 영국의 유명 햄버거 체인 어니스트버거의 비건 햄버거였다.
이 햄버거는 장시간의 배달을 위해 진공포장돼 있었다. 햄버거를 먹은 몇몇 대원들은 다음 날 하루 종일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뷰에서 앤디는 이번 도전에 대해 "산 정상이 가까워질 때쯤 많은 동료들이 고산병을 앓았다"며 "나 역시도 두 번이나 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도전을 축하해 줬다"면서 "가까운 시일에 에베레스트 등반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moonsea9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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