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밖에서는 아프지도 말아야···필수의료 취약지 분석해보니
전국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필수의료 진료과목인 ‘내과’ 전문의 수를 조사했더니 17개 시·도 가운데 11곳이 평균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70개 중진료권 지역책임의료기관의 필수의료 5개 과목 개설률이 모두 50%를 넘지 못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필수의료 취약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전문의 부족으로 응급환자가 구급차에서 사망한 사례를 비롯해 지역 의료원에서는 의사 구인난을 호소하고, 환자들이 거리가 먼 병원에서 원정 진료를 받는 등 의료 공백 실태가 두드러지고 있다.
경실련은 의료법상 공통 필수과목인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4개 과목과 생명 보호와 직결된 응급의학과를 포함해 5개 진료과목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2022년 기준 전국 327개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전문의 수를 인구 10만명당으로 환산해 시·도별로 분석했다. 보건복지부는 전국을 70개 중진료권으로 세분화해 의료정책을 펴는데, 지역책임의료기관의 필수의료 과목 개설률을 계산했다.
내과 전문의 수는 인구 10만명당 평균 13.28명으로 서울(26.06명)이 가장 많았고, 경북(7.34명)이 가장 적었다. 충남(8.38명), 충북(8.59명), 세종(8.60명), 전남(10.29명) 순으로 전문의 수가 적었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의 내과 개설률 평균은 48.5%였다. 광주, 대전, 세종, 울산은 지역책임의료기관이 지정되지 않았다.
외과의 전문의 수는 평균 4.47명이며 11개 시·도가 평균보다 적었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외과 개설률 평균은 44.9%였다. 산부인과의 전문의 수는 평균 4.13명으로 9개 시·도가 평균을 밑돌았고,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산부인과 개설률은 평균 38%에 그쳤다.
소아청소년과의 전문의 수는 평균 1.80명으로 10개 시·도가 평균보다 적었고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소아청소년과 개설률은 41.3%였다. 응급의학과의 전문의 수는 평균 3.74명이었고, 12개 시·도가 평균보다 적었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의 응급의학과 개설률은 평균 37.8%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보면 전남, 울산, 세종은 5개 필수의료 진료과목 모두 전국 평균 미만으로 취약지로 조사됐다. 인천은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북은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 등 각 3개 진료과목이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전남, 울산, 세종, 인천은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이다.
경실련은 “지난 18년간 동결된 의대 정원, 수익을 중심으로 한 민간 의료체계에서 수요가 적은 지역, 진료과목에 기피 현상이 지속해 의료 공백이 심각해졌다”고 평가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명(한의사 제외 2.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7명이다.
정부는 올 초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해당 진료과목에 대한 수가 인상 등의 보상책을 제시한 바 있다. 송기민 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은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감염병 위기가 계속되는데 정부의 준비는 부족했다”며 “수가를 인상하는 방식은 땜질식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국립의대가 없는 지역을 우선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국립대 정원 소규모 증원, 특수목적 의과대 신설 등 최소 1000명을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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