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기업 부담 덜어주는 녹색안 확정…환경단체 "범죄"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산업계의 탄소 배출량 책임을 덜어준 윤석열 정부의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 지난 10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서 의결돼 사실상 확정됐다.
기본계획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5%를 차지하는 최대 배출원인 산업부문의 감축률을 문재인 정부 당시 수립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감축률 14.5%에서 11.4%로 하향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탄소 810만 톤의 추가 배출이 가능해졌다.
이로써 정부는 2042년까지 이번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부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목표치 재수립 시기는 차기 정부인 2028년이다.
환경단체들은 11일 일제히 성명을 내 이번 결정을 비판하고 정부가 기본계획을 전면적으로 재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환경 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가 수립한 기본계획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한 것이라며 전면 재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우선 정부 계획안이 배출량 넷제로 달성을 위해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기본계획이 "(지구 기온 상승) 1.5도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미흡한 계획"이라며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에 부여된 탄소 예산은 45억 톤인데, 정부 계획대로라면 2030년까지 90%가량의 탄소 예산을 소진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또 이번 기본계획이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서 정한 대로 2042년까지의 장기계획이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 등 필수사항을 누락"했다고도 그린피스는 밝혔다.
정부가 법정 기한을 사흘 앞두고 지각 공청회를 열었으며, 공청회 하루 전에야 180페이지에 달하는 계획안을 공개해 이해당사자들이 해당 내용을 검토하고 토론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며 여론 수렴 절차에서도 문제가 많은 안이라고 그린피스는 강조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이번 기본계획이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보다 산업계의 다배출을 최대한 허용해주고, 에너지 공공성에 입각한 탈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확대 보다 핵발전 확대, 민간에 의해 주도되는 국외 감축 사업"에 기댄 계획이라며 "기후위기의 최일선 당사자 보다 배출 책임자인 기업들과 소수 편향적 전문가들의 민원에만 골몰한 정부의 기본계획은 범죄"라고 밝혔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대한민국 정부가 지구 평균 기온 1.5℃ 상승 제한 목표를 걷어차고, 시민들을 심각한 생태위기와 기후 불평등에 몰아넣는 미래를 약속"했다며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 계획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전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기본계획 재구성을 강조하는 한편 새로운 기본계획 수립에 "1.5℃ 상승 제한 목표를 지키기 위한 잔여 탄소 예산을 산정하고 그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 정부가 부담을 줄여준 산업계 감축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환경운동연합은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 국경세·탄소세를 도입하는 국제동향을 고려하고, 오염자부담 원칙에 입각해 산업부문의 감축량은 상향되어야 한다"며 "(기업들의 자발적) 감축을 위한 인센티브·규제 등 정책유인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한국의 석탄발전 부문 1인당 연간 배출량은 전 세계 2위며 1.5℃ 상승을 막기 위해 과학계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의 완전한 퇴출을 권고"하고 있으나 "삼척에 2기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운영을 앞둔" 것이 현재 한국의 실태라며 "석탄발전의 완전한 퇴출"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조는 더 뚜렷이 세워야 한다고 환경운동연합은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은 "공공·유휴부지 활용 등 실현 가능한 수단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40%까지 상향"하고 "나아가 총 에너지 수요감축 계획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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