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믹스만 천만개나 뺏겼나"…침묵하는 지닥에 위믹스 투자자 '발동동'
탈취 자산 중 80%가 위믹스…가격 폭락은 면했지만 구제 공지 없어 '우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해킹으로 약 182억원치 가상자산(암호화폐)을 탈취당한 거래소 지닥이 해킹 공지 이후 추가 공지를 내놓지 않아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182억원(공지 직후 10일 오후6시 기준) 중 148억원가량을 차지하는 위믹스(WEMIX) 투자자들의 우려가 상당하다.
위믹스 거래는 대부분 국내 거래소인 코인원과 해외 거래소 게이트아이오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지닥의 '데일리 그로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지닥을 이용하던 투자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지닥은 지난 2월부터 위믹스 보유자들에게 최대 연 13%의 보상을 자동 지급하는 '데일리 그로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지닥이 클레이튼 블록체인 기반의 위믹스클래식(WEMIXC)와 위믹스 메인넷 블록체인 기반의 위믹스 3.0(WEMIX)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양방향 브리지'를 지원하고 있어 이를 이용하는 투자자들도 상당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데일리그로우·브리지 지원으로 위믹스 피해 규모 커…"피해 구제책 나와야"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위믹스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닥 해킹 사태에 대한 우려가 심화되는 분위기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및 경찰에 해킹 사실을 신고했고, 해외 거래소 등에 협조 요청을 한다는 공지만 있을 뿐 구체적인 피해 구제 방안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해킹 피해를 입었던 업비트와 빗썸은 자체 보유 자산을 통해 피해 금액을 충당한 바 있다. 빗썸은 지난 2018년 해킹을 당해 당시 시세로 약 350억원(최초 집계 기준) 규모 가상자산을 탈취당했으며, 업비트도 지난 2019년 해킹으로 약 580억원 규모 이더리움(ETH)을 탈취당했다.
지닥의 피해 금액은 업비트, 빗썸보다는 적은 약 182억원이다. 해킹 피해 자산은 비트코인(BTC) 60여개(개당 3733만원), 이더리움(ETH) 350여개(개당 245만원), 위믹스(WEMIX) 1000만개(개당 1482원), USDT(테더) 22만개(개당 1319원)가량이다. 공지 직후인 10일 오후 6시 10분 시세 기준으로 약 182억3900만원치에 해당한다.
피해 규모는 적지만 지닥은 업비트, 빗썸보다 거래 규모가 훨씬 적은 중소형 코인마켓 거래소다. 2021년 당기순이익 30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달 가상자산 및 원화를 고객 예치금보다 초과 보유하고 있다는 재무감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자체 보유 자산으로 피해 금액 전부를 충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투자자들이 구체적인 피해 구제책이 담긴 '추가 공지'를 기다리는 이유다.
특히 해킹 피해 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위믹스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다. 11일 코인마켓캡 기준 전체 위믹스 거래량에서 지닥이 차지하는 비율은 4% 내외(BTC마켓, USDT 마켓 합산)이지만 '데일리 그로우' 서비스를 위해 지닥에 위믹스를 보관해둔 투자자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위믹스 투자자는 "지난해 말 '위믹스 상장 폐지 사태' 이후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지닥으로 거래소를 옮겨 위믹스를 구매하는 것을 보고 지닥을 이용해왔다"며 "해킹 금액은 지닥이 충당하고, 고객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겠다는 공지 없이 입출금만 중단해버리면 어쩌냐"고 토로했다.
위믹스 투자자들이 지닥을 이용한 이유 중 하나였던 '데일리 그로우' 서비스도 폐지 위기에 처했다. 앞서 지닥은 데일리 그로우 서비스를 안내하며 "서비스에 대한 모든 권한은 지닥에게 있고, 상황에 따라 서비스가 취소되거나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지닥의 '양방향 브리지' 지원으로 탈취 자산 중 위믹스의 규모가 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닥은 지난 1월부터 클레이튼 블록체인 기반의 위믹스클래식(WEMIXC)와 위믹스 메인넷 블록체인 기반의 위믹스 3.0(WEMIX)을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양방향 브리지'를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의 출금 요청을 감당하기 위한 예비 물량이 많이 필요했고, 출금을 위해선 물량이 핫월렛에 보관돼 있어야 하므로 핫월렛에 보관된 위믹스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았을 것이란 추측이다.
핫월렛은 온라인 상태의 지갑이며, 콜드월렛은 오프라인 상태의 지갑으로 핫월렛보다 안전하다.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정부 권고에 따라 보관 자산의 70% 이상을 콜드월렛에 보관하고 있다. 지닥은 지난달 실시한 금융정보분석원(FIU) 종합검사에서도 콜드월렛에 더 많은 자산을 보관하라는 경고를 받았으나 결국 핫월렛에서 해킹으로 가상자산을 탈취당했다.
◇위믹스 재단, 적극 대응 나서…가격 폭락 면해
한편 위믹스 재단은 지닥 해킹 관련 대응에 집중했다. 위믹스 재단은 "거래소가 해킹을 당한 것으로 위믹스 3.0 메인넷과 위믹스 플레이, 나일, 위믹스파이 등 위믹스 관련 서비스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해커가 탈취한 위믹스를 매도하지 못하도록 대응했다.
위믹스 재단은 위믹스가 상장된 거래소에 협조를 요청하고,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도 유동성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조치를 취했다.
통상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자산을 빼낸 해커는 관리감독 주체가 없는 DEX를 통해 탈취한 자산을 현금화한다. 이에 위믹스 재단은 DEX인 유니스왑에 예치된 'WEMIX-USDC' 페어를 일시적으로 전량 인출했다. 유니스왑에선 위믹스를 스테이블코인인 USDC로 바꿀 수 있다. 해커가 탈취된 자산을 바꾸지 못하도록 위믹스를 USDC로 바꿀 수 있는 '유동성 풀'에 있던 자산을 모두 인출했다는 의미다.
또 전 세계 거래소에 지닥 해킹 사실을 전파하고 의심 지갑 주소의 입금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위믹스 브리지인 멀티체인 및 오르빗브리지에도 사실을 전파하고, 의심 지갑 주소에서 탈취된 자산을 다른 가상자산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차단해달라고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위믹스 가격은 폭락을 면했다. 당초 해킹 사실이 알려진 직후엔 해커의 대량 매도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격이 12% 이상 폭락했으나, 현재 가격은 원래대로 회복된 상태다.
위믹스 측은 "지닥 해킹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사고 수습을 위한 거래소와 관계기관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면서 위믹스 커뮤니티와 투자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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