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양간지풍'에 불 번졌다…"강풍에 부러진 나무가 전깃줄 덮쳐 불난 듯"

시속 136㎞로 불어닥친 봄철 태풍급 강풍인 '양간지풍' 탓에 강릉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해 막대한 피해를 내고 있습니다.

산불은 오전 8시 22분 시작됐습니다.

오늘(11일) 강릉시 연곡면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26.7m에 달했고, 현장에는 평균풍속 초속 15ｍ, 순간풍속 초속 30ｍ의 강풍이 불었습니다.

초속 30m가량의 강풍은 시속으로는 136㎞로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훌쩍 넘긴 빠르기입니다.

산불은 이 같은 강력한 위력의 바람에 소나무가 부러지는 과정에서 전깃줄을 건드려 불씨가 번져 빠르게 확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강풍은 또 8천 리터급 초대형 진화 헬기조차 이륙하지 못하게 해 공중 진화마저 무력화시켰습니다.

한때 초대형 헬기 2대가 이륙했으나 공중에서 느껴지는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60m에 달해 공중 진화를 포기하고 곧바로 철수했습니다.

현장에 투입된 산불 진화대원들도 몸조차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풍으로 지상 진화 역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처럼 초대형 헬기의 발을 묶고 급속 확산한 태풍급 강풍의 정체는 '양간지풍' 또는 '양강지풍'으로 불리는 바람입니다.

'양양'과 고성 '간성'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을 뜻하는 말로,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 배치가 되면 강한 서풍 기류가 형성되는데, 이 서풍이 태백산맥을 만나 산비탈을 넘을 때 고온 건조해지고 속도도 빨라져 '소형 태풍급' 위력을 갖게 됩니다.

강릉 산불 발화지점 추정지역

(사진=연합뉴스)

민경호 기자ho@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