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침묵의 정치' 시작? 귀향 후 첫 나들이…내주 김기현 회동(종합2보)
"앞을 잘 안 보면 잘 넘어져서" 유일한 발언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출소한 후 대구에 보금자리를 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귀향 1년여 만인 11일 대구지역 첫 외출에 나섰다. 하지만 일체의 정치적 언급은 없었다.
다만 다음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회동이 예정돼 있어 총선 1년을 앞두고 이들의 만남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오후 대구 동화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가 다음주 회동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김기현 대표 보좌진과 당 대표 실장 등과 연락을 해서 날짜가 정해지면 대표실에서 언론에 알리지 않겠냐"며 다음주 박 전 대통령과 김 대표간 회동을 예고했다.
귀향 후 1년간 사실상 두문불출한 박 전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급 인사와 공개적으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어 어떤 대화가 오갈지 정치권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동화사를 찾아 의현 큰스님 등 동화사 스님들과 함께 통일대불 앞에서 열린 축원 행사에 참석했다. 동화사에는 이날 지지자, 불자 등 300여명과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간편한 운동화에 가벼운 흰색 재킷,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특유의 올림머리와 흰색 진주목걸이를 착용한 박 전 대통령이 동화사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과 불자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들었다.
환대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특유의 미소만 지으며, 일체의 정치적 발언은 하지 않았다. 통일대불 앞에서 의현 큰스님과 축원 행사를 하는 도중 합장을 하며 상념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행사 후 차에 탑승하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지지자들이 "(대통령) 다시 하이소.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삽니데이"라고 외치자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말 없이 손을 흔들어 환하게 웃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날 속내를 밝히지 않는 행보에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총선을 1년 앞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무언의 메시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영하 변호사 등 측근들에 대한 외곽 지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언급은 없었지만 그와 각별한 인연으로 알려진 의현 큰스님은 '박심'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도 있는 의현 큰스님의 발언에 박 전 대통령은 아무런 제지 없이 박수를 치며 미소를 지었다.
의현 큰스님은 "우리 박 전 대통령은 비선 실세를 하신 게 절대 없다"며 "문 정부의 수십, 수백만명이 비선 실세다. 자기네들 비선 실세로 오늘날 북한과 우리나라가 이렇게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떻든지 우리가 한·미·일 동맹으로 국가를 튼튼히 지켜 자손만대로 태평성대 복락을 누리면서 사는 그런 대한민국이 돼 주기를 오늘 오신 박 전 대통령과 함께하자"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시종일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건강 상태는 양호한 듯 했다. 다만 동화사 경내에서 이동할 때는 차량을 이용했고 계단 등에서 걸을 때는 수차례 발을 헛디디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괜찮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앞을 잘 안 보면 잘 넘어져서"라고 짧게 답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유일한 발언이었다.
비공개 오찬에서 의현 큰스님이 "염불암까지 모시고 싶으나 길이 좀 험하다. 길을 다시 다듬은 후 그때 모시겠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동화사에 다시 한번 불러 주시면 초청에 응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또 오찬장에서 "방장 의현 큰스님과 여러 신도님, 국민들, 여러분들 오랜만에 뵙게 돼서 참 반가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변호사는 "식사 메뉴가 담백하고 정갈스러워 박 전 대통령께서 평소 양보다 많이 드셨다"며 "주로 산채 반찬과 대추차, 녹차, 보이차도 준비돼 동화사 측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계속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의 동화사 방문에 대해 유 변호사는 "지난번 박 전 대통령 생신 때 큰스님께서 축하 난을 보내시며 건강이 괜찮으시면 방문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통령께서 응하셔서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강은 1년 전보다는 많이 좀 좋아지셨다"면서 "평탄한 길은 쉽게 걸으시지만, 아직 오르막이나 내리막, 계단을 걷기에는 불편해 하신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의현 큰스님 등과의 식사를 끝으로 2시간여 동안의 외출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3월24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 보금자리를 튼 뒤 외부 접촉을 꺼려온 박 전 대통령은 그간 정치적 행보나 공개 일정 없이 수도권지역 병원에 가는 등 건강 회복에만 힘써 왔다.
박 전 대통령 앞으로는 달성의 전통시장 등도 방문하는 등 공식적인 대면 접촉면을 늘릴 것으로 전해졌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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