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가난이 무섭다” 시리아인의 목숨 건 트러플 버섯 채취
정부군에 치이고 IS에 위협받는 시리아인
하루 최대 400달러 수입에 위험한 채취 계속
시리아산 트러플(송로버섯)은 전 세계 미식가들을 홀리는 마성의 재료로 꼽힌다. 유럽 트러플보다 씨알이 굵고 매운맛이 덜해 인기가 좋다. 시리아 사람들은 트러플을 ‘천둥의 딸’이라고 부른다. 뜨거운 햇볕과 거센 폭풍우를 이겨낸 트러플에 대한 애정이 담긴 별칭이다.
시리아인에게 트러플은 단순한 음식 재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11년부터 12년째 이어진 내전과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폭압 정치, 경기 침체와 난민 문제, 그리고 지난 2월 규모 7.8 강진까지 덮친 ‘비극의 땅’ 시리아에서 트러플 채취는 몇 안 되는 돈벌이 수단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자료에 따르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한 시장에서 블랙 트러플은 1㎏당 17달러(약 2만3000원)에 팔리고 있는데, 이는 빈곤에 시달리는 소득 하위 90% 시리아인의 평균 한 달 월급과 비슷하다. 주로 사막에서 자라는 트러플을 얻기 위해 시리아인들은 천막생활을 하며 고된 하루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최근 트러플을 채취하던 시리아인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다.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구호단체들에 따르면 올해만 최소 84명이 사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내전과 경제 위기 속에서 시리아인들의 절실한 트러플 채취가 위험한 도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우선 시리아 정부군의 겁박을 원인으로 꼽았다. 트러플이 많이 발견되는 지역은 대부분 시리아 정부군이 장악하고 있다. 과거 반군과 치열한 교전이 펼쳐진 곳이기도 하다. 여전히 지뢰가 대량으로 매설돼 있어 일반인이 오가기 어려운 환경이다.
NYT는 “정부군 상당수가 트러플 채집꾼들에게 지뢰가 깔린 위치 등 정보를 제공하고 반대급부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거부하는 사람은 방치돼 지뢰를 밟거나 납치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채집꾼들은 정부군이 보호를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지만, 실제 자신들을 보호해줄 힘도 없는 정부군이 채집 활동을 방해해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여긴다.
내전의 혼란을 틈타 시리아 일각에서 활동하는 이슬람국가(IS)도 걸림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IS 대원들이 시리아인 40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최소 15명을 살해했다. 중부 하마주에선 민간인이 목이 베인 채 발견되기도 했다. 친정부 성향 매체들은 “사망자 대부분 동부 시골에서 트러플을 채취하던 농부들”이라며 “IS 대원들의 소행”이라고 전했다.
IS가 노리는 건 다름 아닌 트러플이다. 최근 급격히 세가 기울며 자금줄이 마른 IS가 트러플을 훔치거나 채집꾼들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면서 사망 사건이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IS는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도 “시리아에서 거점을 잃은 IS가 광활한 사막에 숨어 공격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가난한 시리아인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사실이다. 술리만 씨는 “하루에 최대 400달러(52만8000원)를 버는 사람도 있다”며 “목숨을 걸고 트러플 채취에 나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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