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산불, ‘축구장 144개’ 넓이 태워… 초속 30m 강풍에 진화 헬기 못 떠
주민·관광객 1000여명 긴급 대피, 15개 학교 휴업·단축수업
산림청은 대응 3단계, 소방청은 최고 대응 단계로 진화 총력
김진태 “헬기 비행 굉장히 위험…바람 잦아들기를 애타게 기다린다”
11일 발생한 강원 강릉 산불이 강풍으로 6시간 넘게 번지며 주변 민가·펜션 등 시설 피해가 커지고 있다.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으로 소방당국은 진화 헬기를 투입하지 못하면서 불길을 잡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인명피해는 없지만, 주민과 관광객 1000여명이 대피했고, 이미 축구장 144개 넓이의 산림이 불에 탔다. 주택과 펜션 등은 40채가 피해를 입었다.
산불은 이날 오전 8시 30분쯤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했다. 소나무가 부러지면서 전깃줄을 건드려 발생한 불씨가 산줄기를 타고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산불은 초속 최대 30m에 달하는 강풍을 타고 민가 등 해안 방향으로 빠르게 번졌다.
산불이 나자 강릉시는 이날 오전 산불 인근 지역인 경포동 10‧11‧13‧15‧17통 주민들에게 강릉아레나로 대피하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했다. 현재 147가구에서 303명의 주민이 강릉 아레나와 사천중학교, 초당초등학교 등으로 각각 대피한 상태다. 또한 인근 호텔 등에서 대피한 관광객 708명까지 더하면 대피 인원은 1011명에 이른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현재 산림 피해 면적은 103㏊까지 확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축구장(7140㎡) 144개에 해당하는 넓이다. 산불 영향 면적은 산불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산불 영향 면적은 축구장 370개에 달하는 260㏊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산불로 주택 28채, 펜션 12채가 전소 또는 부분 소실됐다. 기타 건물 1채와 호텔 4동도 피해가 발생하는 등 강원도는 40여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산불은 에디슨 발명품을 소장한 박물관 옆까지 옮겨붙었다. 유형문화재 50호 방해정까지 불길이 번져 실제 피해 규모는 현재까지 집계된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은 현장 인근에 헬기 10대를 대기시켰고, 인력 1277명과 장비 109대를 동원해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강풍으로 헬기 투입 자체가 불가능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일몰 전까지 해당 지점 풍속이 초속 20m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돼, 헬기 투입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을 기해 대응 수위를 ‘산불 3단계’로 올렸다. 산불 3단계는 예상 피해 면적 100∼3000㏊, 평균 풍속 초속 11m 이상, 예상 진화 시간이 24시간 이상~48시간 미만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소방청도 최고 대응 수위인 소방 대응 3단계,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했다. 산불로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번 산불과 영동지역 강풍으로 휴업 또는 단축수업에 들어간 동해안 학교도 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까지 강릉과 속초, 고성 3개 지역에서 15개 학교가 휴업 또는 단축수업을 결정했다.
산불로 경포대초등학교 학생들도 화재 발생지와 거리가 먼 초당초교로 에듀버스를 이용해 대피한 뒤 귀가했고, 사천중학교도 단축수업을 했다. 속초에선 청호초와 중아초, 영랑초, 교동초, 청대초, 속초중 등 6개 학교가 휴업했다. 속초해랑중과 설악중, 설온중, 속초고, 속초여고, 설악고 등 6개 학교는 단축수업에 나섰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강릉은 산불 위험과 그로 인한 통제 등의 영향, 이외 영동지역 다른 시군 학교들은 강풍의 영향으로 인해 휴교 또는 단축수업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산불방지대책본부 본부장인 김진태 강원지사는 이날 오전 강원 강릉시 경포119안전센터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산불이 이미 바닷가까지 다다라 더는 나아갈 데가 없다”며 “민·관·군·경이 총력을 다해 더는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모든 인력과 장비를 남쪽과 동쪽 방화선에 집중시켜서 더 확대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진화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강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170㏊가 소실됐다. 우선 확산 방지를 목표로 강풍이 잦아드는 대로 주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가옥이 집중된 골프장 인근으로 산불이 점차 번져나가고 있어 계속 파악 중”이라고 했다.
다만 김 지사는 “현재 초속 최대 30m의 강풍이 불고 있어 헬기가 뜨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이어 “산불 발생 초기 단계에 헬기가 이륙을 시도했는데 강풍으로 인해 비행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바람이 잦아들기를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헬기가 10대 대기 중이며, 바람이 초속 16m 이하로 잦아들면 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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