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황대한이 마취제 요구”vs“이경우가 먼저 준비”... 책임 떠넘기기

허욱 기자 2023. 4. 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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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36)와 황대한(36)이 피해자 A씨 살해 도구로 사용된 마약성분 마취제의 입수 계기와 관련한 진술이 서로 엇갈리면서 검찰이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 이경우(왼쪽부터), 황대한, 연지호 2023.4.9 / 뉴스1

이 사건은 코인 투자에 실패한 재력가 황모(49)·유모(51) 부부가 이경우에게 A씨에 대한 범행을 사주해 지난달 29일 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A씨를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대전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했다는 내용이다. 이경우와 공모한 황대한과 연지호(30)는 범행을 직접 실행했다. 이경우와 황·유 부부는 A씨와 퓨리에버 코인 투자로 얽히면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경우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도구로 마취제를 입수한 것은 황대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납치하려면 마취제가 필요한데 구해올 수 있느냐’고 황대한이 먼저 말을 꺼냈고, 이로 인해 마취제를 구하려고 시도한 것”이라는 취지로 이경우가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경우는 서울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에서 근무하는 아내 B씨에게 마취제를 건네 받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황대한은 “이미 이경우가 마취제를 구해놓은 상태였고, 그 용도까지 이야기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A씨를 납치·살해를 공모한 혐의를 인정한 반면, 유력한 범행 도구인 마취제 입수 경위를 놓고 서로 상반된 진술에 나선 것이다. 한 법조인은 “A씨가 마취제 투여로 인해 숨진 것인지 등 직접 사인이 부검 결과로 드러날 상황에서 각자 범행을 주도하지 않았다며 떠넘기기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지난 9일 이경우와 황대한을 공범 연지호, 범행에서 중도 이탈한 20대 이모씨와 함께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A씨 살해 도구로 주사기와 고무망치, 케이블 타이, 청테이프 등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주사기에는 마약의 일종인 케타민 성분으로 추정되는 마취제 9mL를 담아 A씨에게 투약했다고 한다. 수사당국은 범행에 사용된 마취제가 이씨의 아내 B씨가 일한 성형외과에서 쓰는 3가지 마취제 중 한 종류와 같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에게 마취제와 주사기 등을 건넨 아내 B씨도 지난 9일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이 이경우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7000만원을 건넨 재력가 부부도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구속하면서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피의자는 7명으로 늘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범행 전반에 대한 조사와 함께 마취제 입수 경위에 대해서도 보다 명확한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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