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안 보이면 안경 찾듯이 잘 안 들릴 땐?…1시간이면 '새 삶'
[편집자주] 머니투데이가 아직 젊지만 훗날 '명의(名醫)'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의료진을 소개합니다. 의료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질환과 치료 방법 등을 연구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젊은 의사들에 주목하겠습니다.
문일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을 아직 어려워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와우(蝸牛)는 '달팽이관'의 한자어다. 환자의 손상된 달팽이관을 대체해 청력을 회복하는 기계다. 소리를 증폭하기만 하는 보청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귀와 옆머리에 부착하는 외부장치 때문에 외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환자는 수술받기를 꺼린다. 문 교수는 "외국에서는 당당히 드러내고 다니기도 한다"며 "차별적인 시선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고, 안경 쓰듯이 더 당당해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1세대 인공와우 수술 명의이자 스승인 홍성화 교수 밑에서 배웠다. 2015년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 500례 이상의 인공와우 수술을 달성한 대가다. 그가 인공와우 수술과 착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이유가 있다.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다고 해서 청력을 상실하기 이전과 똑같이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문 교수는 "(환자들이) 아주 두꺼운 커튼 뒤에서 혹은 얇은 벽 뒤에서 누가 얘기하는 것처럼 살짝 먹먹하게 들린다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인공와우가 대단한 이유는 아예 청력을 상실한 사람도 다시 들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문 교수는 인공와우를 두고 "감각 기관을 재생하는 현존하는 유일한 기계"라고 표현했다.
모든 청력 상실 환자가 인공와우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청신경이 망가져 기능하지 못하는 환자는 수술해도 다시 들을 수 없다. 그러나 문 교수는 "돌발성 난청이든, 선천성 난청이든 대부분은 다 달팽이관 문제"라며 "약 95% 이상의 환자가 인공와우로 다시 들을 수 있다. 청신경 훼손으로 문제가 되는 환자는 5% 미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사를 통해 난청의 원인을 확인하고 효과가 없을 것 같으면 아예 인공와우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공와우 수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문 교수는 "성인에게 돌발성 난청이 찾아오면 석 달에서 여섯 달 정도 기다려 본다. 자연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여섯 달이 지났는데도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면 수술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선천성 난청으로 태어난 소아는 더 빨리 수술해야 한다. 문 교수는 "보통 돌, 12개월 전후로 수술한다. 그때 수술하면 아이의 청력이 아주 잘 발달한다"며 "아무리 늦어도 3.5세 이전에는 수술해주는 게 좋다. 그 이후에 수술하면 결과가 상당히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수술 자체는 간단하다. 귀 뒤를 'C자'형으로 절개한 뒤 드릴로 뼈를 갈아 달팽이관까지 통로를 낸다. 이후 달팽이관의 얇은 막인 정원창에 구멍을 뚫고 전극을 밀어 넣으면 수술은 끝난다. 문 교수는 "술자에 따라서 수술 시간 편차가 많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두 시간, 저 같으면 한 시간에 안에 끝낸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전신 마취를 하기 때문에 통증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 전신 마취만 가능한 컨디션의 환자라면 수술은 다 가능하다"며 "최근에는 80세 이상 나이 드신 분들, 심지어는 90세 이상이었는데도 수술한 사례가 있다. 비록 나이가 많고 여생이 5년이라고 해도 그 마지막 인생만큼은 잘 듣고 지내고 싶다는 환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문 교수의 인공와우 수술로 많은 환자가 새로운 삶을 찾았다. 청력을 잃어가던 한 학교 선생님은 보청기를 쓰면서도 학생의 말을 잘 들을 수 없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우리를 무시한다'고 생각해 상처를 입었다고 한다. 문 교수는 "그러나 인공와우 수술을 하면서 모든 게 다 바뀌었다"며 "학생들 목소리를 잘 듣게 되고, 교직 생활 자체를 고민하게 됐던 우울감도 많이 좋아진 환자였다"고 소개했다.
선천성 난청 아이를 둔 싱글맘도 문 교수의 인공와우 수술로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 다행히 수술로 아이는 청력을 회복했다. 문 교수에게 보낸 감사 편지에서 어머니는 듣지 못한 채로 태어난 아이 때문에 자책감을 느꼈고, 한때 나쁜 마음까지 먹었었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선천성 난청 아이가 조기에 수술받으면 비장애인처럼 정상적으로 학교 수업을 받고, 직업도 갖게 될 수 있다"며 "머리를 들춰보지 않는 한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는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경과가 좋은 아이들이 많다. 어머니들이 다들 정말 고마워한다"고 말했다.
한 가지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인공와우 수술은 양쪽 귀 모두 받는 게 좋은데 성인에게는 한쪽 귀 수술에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소아는 보험 적용으로 250만~300만원에서 수술받을 수 있지만 성인의 비보험 비용은 약 2000만원에 달한다. 성인이 양이(兩耳) 수술을 받으면 선별급여 적용으로 약 2500만원 비용이 소요된다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문 교수는 "특히 돈이 많지 않은 어르신들은 수술 비용을 부담하기가 어렵다"며 "양쪽 귀로 듣는 것과 한쪽으로 듣는 것은 차이가 크다. 성인 환자에게도 양쪽 수술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필]문일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2001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2010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연구강사를 시작해 동병원 임상 조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 교실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2년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 블로델청각연구소 연수를 갔다 왔다. 국내 유일 국제내시경귀수술학회(IWGEES)의 정회원이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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