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돌진한 음주운전자, 노인복지회관 식당서 대낮 ‘술판’

경찰 “술병 13~14개 발견”
중구 한 노인복지회관 식당서 9명 술자리
음주운전 방조 혐의 등도 조사

대전에서 음주운전으로 초등생을 숨지게 한 A씨가 지난 1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 둔산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강정의 기자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사고로 초등학생을 사망하게 한 가해자가 사고 직전 대낮부터 지인들과 술판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그는 지인 8명과 함께 13~14병 술을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섭 대전경찰청 교통과장은 11일 대전경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당시 술자리에는 음주운전 가해자 A씨(60대)를 포함해 9명이 있었고, 술자리에서는 소주와 맥주 등 총 13~14개 술병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 과장은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소주 1병을 마신 후 운전을 했다’고 진술했다”며 “정확한 각자의 음주량은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8일 “소주 반병 정도를 마시고 운전을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지난 8일 낮 12시30분쯤 대전 중구 태평동의 한 노인복지회관 구내식당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후 자리를 먼저 떠났다.

지난 8일 오후 2시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침범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배모양(9)이 숨진 사고 현장의 지난 10일 모습. 강정의 기자

그는 이날 오후 2시쯤 구내식당을 나와 술에 취한 상태로 자택이 있는 서구 둔산동까지 5.3㎞ 가량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고 경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경찰은 A씨가 과속을 했는 지 여부 등도 파악하고 있다.

또 A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지인들의 음주운전 방조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A씨가 사고 당시 인도로 돌진한 것은 기억이 나지만, 아이들을 친 기억은 나질 않는다고도 밝혔다.

이 과장은 “당시 술자리에 있던 지인들이 A씨가 술을 마신 후, 운전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 외에도 당시 술자리에 있었던 그의 지인들 또한 술을 마신 후 음주운전을 했는지 등도 조사하기로 했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지난 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대전지법은 지난 10일 오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나오면서 “브레이크를 밟으려고 했다”라며 “유가족에게 거듭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A씨는 8일 오후 2시21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 탄방중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던 중 배모양(9)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좌회전 금지구역에서 좌회전을 한 뒤 인도로 돌진해 길을 걷고 있던 9~12세 어린이 4명을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