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간호법 중재안 "간호법→간호사처우법"...간호협 "수용 못해"

"간호사 업무 관련 내용은 기존 의료법에 존치"…간호협회 반발해 퇴장
의료법 중재안 '의사면허취소, 모든 범죄→ 의료관련·성·강력범죄' 등 완화

국민의힘과 정부는 11일 간호법과 의료법 중재안을 마련하기 위해 보건·의료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중재안에 반발하면서 또다시 혼란에 직면했습니다.

중재안에 따르면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간호사 처우법)로 바뀌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의료법에 존치합니다.

의사면허 취소 사유는 '모든 범죄 금고형 이상 선고'에서 '의료 관련 범죄'로 축소됐습니다.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를 열고 보건·의료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당에서는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강기윤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정부에서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과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 등이 참석했습니다. 보건·의료단체는 간협,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임상병리사협회 관계자들이 자리했습니다.

간담회는 앞서 지난 9일 고위 당정 협의회 결정에 따라 마련됐습니다.

고위 당정은 야권 주도로 본회의 직회부가 결정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지 않고 중재안을 마련해 설득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당정은 우선 간호법의 명칭을 '간호사 처우법'으로 변경하자고 제시했습니다.

이와 함께 간호법 제정안 제1조에서 '지역사회' 문구를 삭제하는 한편, 간호조무사 학력 요건을 '특성화고 이상'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간호법에서 넣지 않고 기존 의료법에 존치하기로 했습니다. 교육 전담 간호사와 간호·간병 통합 서비스도 의료법에 규정하도록 했습니다.

간호사 처우 개선 내용을 일부 보강하고, 간호통합계획 수립과 간호정책심의위원회 규정 심사 등의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가 간호 지원에 관한 종합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할 것을 의무화했습니다.

현재 중앙 10개 권역에서 운영 중인 '간호인력지원센터'를 광역시·도별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근거도 담았습니다.

의료법 개정안의 경우 의사 면허취소 사유를 종전의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때'에서 '의료 관련 범죄와 성범죄, 강력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때'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다른 전문직처럼 '모든 범죄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를 취소한다는 당초 내용에서 '의료 관련 범죄'로만 한정한 것입니다. 당정은 결격 사유를 규정한 '행정기본법'과 개정안 조항이 서로 충돌한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박 의장은 "현행 행정기본법 제16조2항에는 자격부여 등에 대한 결격사유를 정하는 기준이 규정돼 있다. 3호에서는 자격과 실질적 관련성을 요구한다"며 "의사면허 박탈과 관련 일반 범죄 전과로 확대하면 이 규정과 충돌한다"고 말했습니다.

면허 재교부 요건과 금지 기간도 '의료 관련 범죄나 성범죄, 강력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취소된 후 재교부 받은 자가 동일범죄로 다시 실형을 받아 면허취소된 경우 5년간 재교부 금지'로 완화됐습니다.

당초 보건복지위원회 의결안은 모든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취소된 후 재교부 받았음에도 또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면허취소와 함께 10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박 의장은 "중재안에 대해 의협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간호조무협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임상병리사협회도 의료기사와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의 업무범위를 보다 명확히 하는 전제로 동의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나머지 13개 의료단체로 구성된 보건의료연대 측도 협의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간협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박 의장은 "간협 측에 대해서도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며 "보완 요구가 있다면 앞으로 당정 간 조율을 거치고, 여야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당부했습니다.

간협 관계자들은 간담회가 종료되기 전 자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이들은 "이미 합의된 내용에 대해 수정하려고 한다"며 "자리 자체가 불공정하다.반대하는 사람들만 모아놓고 회의했다"고 항의했습니다.

당정은 우선 의견을 더 수렴하면서 여야 협의를 통해 합의점을 모색한다는 계획입니다.

박 의장은 오는 13일 본회의에 중재안이 상정될 수 있을지를 묻는 말에 "여야 간 협의를 해서 합의점을 모색할 것"이라며 "여야 간에 충분히 논의해 중재안을 더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r5026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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