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어떡해" 눈물과 흐느낌 속 배승아 양 발인·봉안식(종합)
유족 "가해자 엄벌에 처해야…법정 최고형 원해"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스쿨존 인도로 돌진한 만취 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배승아(9) 양의 발인식과 유골함 봉안식이 11일 눈물 속에 엄수됐다.
혼자 두 남매를 키우느라 고생하는 엄마를 위로해주던 애교 많던 딸을 하루아침에 잃은 엄마는 눈물로 사랑스러운 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흐느낌만 가득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배 양 어머니는 상실감이 깃든 표정으로 힘없이 인형만 손에 꼭 쥐고 있었다.
딸이 생전에 갖고 놀던 인형에 딸의 온기가 혹시라도 남아있을까, 딸의 작은 흔적이라도 맡아볼 수 있을까 엄마는 무릎을 웅크린 채 인형에 얼굴을 파묻었다.
"모든 것을 이기리."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찬송가 소리는 구슬프게 빈소에 퍼져나가고 엄마는 몇 마디 따라부르려다가 노래를 잇지 못하고 그저 눈을 꾹 감아버리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이 땅에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예배를 진행하는 목사의 말씀에 소매로 눈물을 닦아낸 배 양 어머니는 옆에서 넋 놓고 앉아 있던 아들의 한 손을 자신의 무릎으로 끌어당겨 두 손으로 감쌌다.
마지막 기도에 바닥을 바라보고 무릎을 꿇은 자세에도 어머니는 인형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소중히 감싸 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예배가 끝나고 활짝 웃고 있는 여동생의 영정 사진을 든 배 양의 오빠가 허탈한 표정으로 발인식장을 향했다.
발인식장 가는 길에도 어머니는 인형을 팔에 안은 채 "우리 딸 어떡해", "어쩌면 좋아"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내내 눈물을 흘렸다.
영정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딸을 이대로는 보낼 수 없다는 듯 간절한 어머니의 손길은 애꿎은 관만 부여잡을 수밖에 없었다.
배 양의 시신을 실은 관이 운구 차량을 향해 이동할 때도 배 양 어머니는 끝까지 관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어머니는 생전에 멀미하던 딸을 생각하며 "우리 딸 멀미해요. 천천히 들어주세요"라는 말을 내뱉으며 오열했다.
눈물을 흘리느라 힘이 빠져버린 배 양 어머니는 운구차에 쉽게 오르지 못 해 주변의 도움을 받아 울면서 차에 올랐다.
9살 배승아 양을 실은 운구차는 순식간에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대전 정수원에서 발인을 마친 뒤 배 양의 유골함은 서구 괴곡동 대전추모공원 제3봉안당에 안치됐다.
작은 유골함에 담긴 딸을 바라보며 유족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구슬프게 울었다.
유골함 유리문을 닫기 전에 함을 한 번 어루만지던 배 양 어머니는 유리문이 닫히자, 유골함이 있는 유리문을 손으로 하염없이 쓰다듬었다.
이내 유리문에 얼굴을 파묻은 어머니는 "엄마 다시 올게. 매일 올게. 건강하게 또 올게. 사랑해"라며 오열했다.
어머니 옆에 있던 배 양 오빠도 끝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배 양 어머니는 마치 딸에게 하는 '뽀뽀'인 것처럼 유리문을 향해 입맞춤했다.
봉안된 배 양의 유골함에 적혀있던 2013년 5월 21일 생년월일이 가족들의 쓰라린 마음을 더 아리게 했다.
봉안식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배 양 어머니와 오빠는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다.
배 양의 오빠 송승준 씨는 "가해자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법정 최고형을 원한다"면서 "제2의 승아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처벌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졌으면 좋겠고, 세상이 당장 내일부터라도 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양의 어머니 배인수 씨가 3일 내내 꼭 끌어안고 지내던 인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배 씨는 "승아가 자신과 닮아서 아기 때부터 갖고 놀던 인형이라 자기처럼 이뻐해 주라고 했는데 그 말이 씨가 된 것 같다…"며 인형을 부둥켜안고 다시 오열했다.
어머니 배 씨는 "우리 승아는 하고 싶은 게 많은 꿈 많은 맑은 아이였는데, 가해자가 엄중 처벌을 받아도 속이 시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승아가 다시 살아 돌아오지는 않을 테니…"라며 "그런 승아가 이 세상에 기억되지 못하고 그냥 사라질까 봐 그게 두렵다"고 울부짖으며 아들의 품에 안겼다.
어머니 배 씨는 승아 양이 생전 자신을 닮아 애착인형처럼 끼고 다니던 인형을 한 번도 손에서 놓질 않았다.
기도를 하면서도, 눈물을 훔치면서도, 오열을 하면서도, 유골함을 쓰다듬으면서도 늘 딸의 분신처럼 챙겨 다녔다.
인터뷰 내내 강한 바람이 불더니 배 양 유골함 봉안이 끝나고 가족들이 추모공원을 떠나자 거짓말처럼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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