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폰은 어르신 요금제 가입 안 됩니다"... '노인 홀대' 비판받는 KT
갤럭시S23·아이폰14 등 최신폰에선 못 써
노인 홀대 비판에 "5G 시니어 요금제 준비"
서울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KT 요금제를 이용하는 60대 아버지가 3년 동안 사용했던 스마트폰 액정이 깨져 최신 제품으로 교체했는데 어르신 전용 요금제(시니어 요금제) 가입을 거절당했다. A씨는 "원래 쓰던 요금제가 통화나 문자, 데이터가 저렴했는데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월 통신비만 2만 원가량 더 나오게 됐다"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최신 스마트폰, 시니어 요금제 안 됩니다"
10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개사는 다양한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청년, 노인, 장애인 전용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는 수익 확대뿐만 아니라 경제력이 약한 소비자를 위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 실현이라는 뜻도 담겨 있다.
KT가 만 65세 이상 소비자에게만 판매 중인 LTE 시니어 요금제는 총 네 개다. 가격은 1만6,500원~4만9,000원이다. 일반 요금제보다 가격 자체가 저렴하거나 같은 값이라도 데이터, 통화, 문자 등 서비스 이용 폭을 넓혔다. 문제는 시니어 요금제들이 모두 LTE 서비스로만 제공된다는 점이다. KT가 삼성전자 갤럭시S23이나 갤럭시Z4 시리즈, 애플 아이폰14 등 최신 스마트폰에는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한 어르신들은 오히려 값싼 시니어 요금제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
시니어 요금제와 5G 요금제를 단순 비교해도 차이는 크다. 예를 들어 회사가 제공하는 노인 전용 요금제 가운데 가장 비싼 '데이터ON 시니어' 상품은 월 4만9,000원에 데이터 6GB를 기본으로 준다. 데이터를 다 쓰고 나면 최대 1엠비피에스(Mbps) 속도로 데이터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월 3,300원짜리 안심박스도 공짜로 제공된다.
반면 5G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5G 세이브는 월 4만5,000원에 데이터 5GB를 기본 제공한다. 가격 자체는 데이터ON 시니어보다 4,000원 저렴하지만 기본 데이터가 1GB 적고 데이터 소진 이후 속도 제한도 400케이비피에스(Kbps)로 느리다. 안심박스 제공 혜택도 없다. LTE 시니어 요금제 중 가장 비싼 상품을 이용했던 소비자가 5G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상품으로 넘어가도 여러 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5G 시니어 요금제를 별도로 설치해 빈 공간을 우선 메우고 있지만 KT는 그마저도 없어 '노인 홀대' 비판이 나온다.
김주호 참여연대 사회경제1팀장은 "어르신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7만 원대 5G 요금제가 제공하는 100기가바이트(GB) 이상 데이터를 쓰기가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여러 공시 지원금이나 결합, 할인 제도를 통해 비싼 5G 요금제 가입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윳돈이 많지 않은 어르신들이 최신 스마트폰을 쓰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요금제에 가입을 해야 한다"며 "요금제 선택권을 늘리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T 측은 이런 지적을 두고 "5G 시니어 요금제를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통신사 5G 시니어 요금제, 정말 싼 걸까
한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팔고 있는 5G 시니어 요금제조차 노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나마 최신 스마트폰에서 노인 전용 요금제를 쓸 수는 있지만, 뜯어보면 오히려 일반 요금제보다 더 비싼 돈을 내고 있단 비판이다.
우선 SK텔레콤의 월 6만9,000원을 받는 5GX 레귤러 요금제는 110GB를 제공한다. GB당 요금은 627원. 하지만 월 4만5,000원에 데이터 10GB를 제공하는 5G 시니어 요금제의 GB당 요금은 4,500원이다. 데이터의 GB당 요금은 시니어 요금제가 일반 요금제보다 약 7배 비싸다.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다. 회사 5G 시니어 요금제는 단 1개가 나온 상태인데 월 4만5,000원에 데이터 8GB를 제공한다. 데이터의 GB당 요금은 5,625원. 일반 요금제 5G 스탠다드는 월 7만5,000원에 데이터 150GB를 제공하는데, GB당 요금은 500원까지 떨어진다. 단순히 데이터당 요금을 비교하면 어르신 요금제가 무려 10배 이상 비싼 것.
통신사들은 요금제마다 마케팅 비용이 다르고 많은 데이터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더 싼 가격에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위법성을 지적한다. 김 팀장은 "데이터당 요금이 이렇게까지 차이 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금지된 이용자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어르신들이 일반 이용자보다 더 비싼 요금을 내는 상황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강릉 산불 미쳤다, 강풍에 어쩌냐" 누리꾼들이 공유한 현장
- ‘지옥철’ 김포골드라인서 승객 2명 호흡곤란 쓰러져
- '전두환 손자' 우원씨 "광주 다시 가서 실제 피해 보신 분들 얘기 들을 것"
- [단독] "소송 망쳐놓고 골프" 변호사 때문에 친족 사기 엄단 못 한 가족의 눈물
- 조승우 "목소리 안 나와 '오페라의 유령' 하차 고민"
- "너무 귀여워"…심형탁, 일본인 여자친구 공개 ('조선의 사랑꾼')
- 신입 소방관 괴롭힌 상관 징역1년6개월...검찰, 항소
- 층간 소음 때문에 160회 때려 사망... 씨름선수 징역 1년 6개월
- "16일 연속근무 일주일 되니 정신 혼미…아파도 못 쉬어요"
- ’살인율 1위’ 엘살바도르, 갱과의 전쟁 1년... 대통령 지지율 91%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