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을 내다 본 전라 행위·無그림 전시…'꿈이여 환상이여 도전이여'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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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5월, 퍼포먼스를 위해 한 여성 작가의 옷이 찢기자 전라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오는 9월3일까지 고(故) 정강자 작가의 개인전 '꿈이여 환상이여 도전이여'(Dear Dream, Fantasy, and Challenge)를 개최한다.
한편, 정강자의 데뷔작 '키스 미'(1967)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5월 예정)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9월 예정), LA 해머뮤지엄(2024년 2월 예정)에서 한국의 1960-70년대 실험미술을 소개하는 그룹전에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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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1968년 5월, 퍼포먼스를 위해 한 여성 작가의 옷이 찢기자 전라의 상반신이 드러났다. 한국 최초의 누드 퍼포먼스.
1970년 8월 국립중앙공보관, 그림이 '없는' 전시가 열렸다. 검은 비닐로 벽을 싼 전시장이 드라이아이스와 색소 연기로 가득 찼다. 갑자기 울리는 사이렌, 관람객들이 놀라서 우왕좌왕하자 사람들을 따라 기체가 흩날렸다.
고(故) 정강자 작가 예술 세계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경직된 사회, 여성에게는 더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그의 작품이 이해받기란 불가능했다. 사람들은 누드 퍼포먼스를 단순히 '관심을 끌려는 여성 작가'의 일탈로 매도했다. 그림 없는 전시는 관람자 참여 예술의 개념이었지만, 공권력에 의해 철거됐다. 예술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부족했던 시기, 그래도 그는 예술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았다. 꺾이지 않은 그 열정이 2023년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라리오뮤지엄은 오는 9월3일까지 고(故) 정강자 작가의 개인전 '꿈이여 환상이여 도전이여'(Dear Dream, Fantasy, and Challenge)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은 작가가 1990년 쓴 자전적 에세이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창작의 길은 고된 여정이었고, 꿈과 이상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앵포르멜 일색의 기성 화단에서 벗어나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한 새로운 시도들은 규제되었고 여성주의적 작품들은 선정성 논란을 겪었다.
그의 도전적인 행보는 퍼포먼스 도중 경찰에 연행되거나 첫 개인전 '무체전'(無體展)이 강제 철거되는 등 경직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그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고, 자기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꿈꾸며 혼자만의 고독한 투쟁을 이어 나갔다. 1960-70년대 한국 실험미술의 최전선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던 정강자는 오랜 기간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고, 2000년대가 되어서야 조금씩 화업에 대한 재평가의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1960-70년대 전위적 실험미술을 이끌던 시기 이후, 1970-80년대 회화와 바틱(Batik) 작품들을 중심으로 그의 삶과 예술의 여정을 함께 살펴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전시 작품은 어떤 상황에서도 예술을 삶 그 자체이자 궁극적 목적으로 삼았던 여성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답답한 현실에 염증을 느낀 그는 결혼 후 1977년 돌연 싱가포르로 이주해 녹록지 않은 또다른 현실과 마주했다. 1982년 귀국해 이혼 후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작업에 몰두했다.
기회가 되는대로 남미와 아마존, 사하라, 남태평양 등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과 원시의 삶을 찾아 여행을 떠났고 영감을 얻었다. 폭 7m가 넘는 대작 '사하라'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배경으로 낙타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여행자들과 이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의 눈을 그린 작품이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지나는 여행자는 예술에의 자기 부정과 탐색을 거듭하며 끊임없이 방랑하는 정강자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관람자는 예술가로서 그리고 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갔던 작품들을 살펴보는 계기가 되면서 일상과 예술, 현실과 이상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갖는다.
한편, 정강자의 데뷔작 '키스 미'(1967)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5월 예정)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9월 예정), LA 해머뮤지엄(2024년 2월 예정)에서 한국의 1960-70년대 실험미술을 소개하는 그룹전에 전시될 예정이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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