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잔] 팬들과 싸우려는 클럽, 이런 팀은 처음 봤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견이다.
팀 성적 혹은 클럽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견을 표출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팬들의 장외 집단 행동인 버스 막기는, 아무리 그 이유를 부여한다고 한들 부적절한 행위라 생각한다.
폭력 등 법적으로 완전히 선을 넘지 않는 한, 모든 클럽은 언제나 팬들의 불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처럼 팬들과 대놓고 싸우려는 축구 클럽, 어느 세상에 이런 팀이 있는가? 아무리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프게 느껴져도, 어찌 됐든 그들은 늘 섬겨야 할 팬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잔
사견이다. 요즘 K리그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버스 막기다. 팀 성적 혹은 클럽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견을 표출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팬들의 장외 집단 행동인 버스 막기는, 아무리 그 이유를 부여한다고 한들 부적절한 행위라 생각한다.
아슬아슬한 분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답은 그저 다음 경기에서는 잘하겠다는 식으로 고개를 조아리는 모습 뿐이기 때문이다. 그저 내가 느끼는 그 알 수 없는 기분 나쁨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에서 조금이나마 분을 풀려는, 한낱 감정낭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룹 내에서 현장 상황을 책임지는 이들이 아무리 통제한다고 한들,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는 어떤 돌발 상황이 나올지 모른다.
사고가 한번 터지면, 그때는 걷잡을 수 없이 큰 일이 될 것이다. 그때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사고 여부를 떠나, 누군가가 가는 길을 고의로 막는 것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그러니 모든 논란과 다툼은 경기장 내에서 끝내야 한다고 본다.
그래도 이런 행위를 하는 팬들을 위해 약간의 변호도 덧붙이고 싶다. 이를테면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들은 같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영화 등 다른 여가를 즐기거나 친구 혹은 가족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구태여 경기장으로 달려와 일부 구단 인사들을 비판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 바로 내 팀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9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졌던 하나원큐 K리그1 2023 6라운드 전북 현대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대결에서 빚어졌다는 풍경은 그저 놀랍다는 생각뿐이었다. 홈팀 전북은 팀을 둘러싼 여러 문제 때문에 응원 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위했다는, 전후사정 모르는 이들이 들으면 혹할 법한 이유를 내세우며 이른바 '앰프 응원'을 시도했다.
전북이 잘 나가던 시절 팬들이 열광하는 모습과 함성이 전광판에 흘러나오는데 그 밑에서 어처구니가 없어 광분하는 팬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괴하게 느껴질 정도의 장면이었다.
전북이 아무리 다른 이유를 든다고 한들, 이건 전북이라는 클럽이 작정하고 팬들과 싸우려는 모습이었다. 폭력 등 법적으로 완전히 선을 넘지 않는 한, 모든 클럽은 언제나 팬들의 불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설령 경기장 내에서 보이는 현수막 시위와 응원 보이콧이 무척 아프게 느껴져도, 그게 팀을 바라보는 민심임을 받아들이고 상황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현수막과 구호에 담긴 내용이 인종·정치·종교·지역 차별적인 비하가 아니라면, 아무리 거슬리더라도 클럽이 팬들의 입을 막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응원을 보이콧하는 팬들을 향해 전북이 앰프를 동원해 대응한 건 그야말로 최악의 수였다. 오랫동안 국내외를 아울러 수많은 경기를 취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팀은 처음 봤다.
기본적으로 전북의 구단 운영 구상에 팬들이 존재하고 있는지, 기본 중 기본인 팬들을 섬길 자세가 있는지 따지고 싶을 실망스러운 대응이었다. 팬이 아닌 '블랙 컨슈머'로 여기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대응이었다. 이처럼 팬들과 대놓고 싸우려는 축구 클럽, 어느 세상에 이런 팀이 있는가? 아무리 그들이 던지는 메시지가 아프게 느껴져도, 어찌 됐든 그들은 늘 섬겨야 할 팬이다. 전북이 K리그 넘버원 클럽을 자처한다면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