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 안 간다”…포격 쏟아지는데도 고향 지키는 우크라 가족의 사연

김가연 기자 2023. 4. 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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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크세노폰토바(10)가 우크라이나 보호야블렌카 지역의 집 마당에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AP 연합뉴스

러시아 침공으로 촉발된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고향을 지키며 하루하루 삶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사연이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각) AP통신은 “우크라이나 마을에서 한 가족이 포격 구름 아래 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에 거주하고 있는 10살 크리스티나 크세노폰토바의 이야기를 전했다.

크리스티나의 가족들은 피란을 거부하고 집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거주지는 전선에서 20㎞ 정도 떨어진 도네츠크주(州) 보호야블렌카의 작은 마을이다.

크리스티나는 어머니, 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다. 크리스티나의 아버지는 침공이 시작된 후인 지난 여름 러시아군의 포격에 사망했다. 크리스티나의 할머니는 “집을 잃고 무일푼 상태로 떠도는 것 보다는 고향에서 전쟁 상황을 견디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이는 크리스티나 가족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전선에 걸쳐 있는 수 십개의 마을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사례”라고 전했다. 이어 “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폭격에 목숨을 잃을 위험을 각오하고 집을 떠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매체는 “고향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노인들”이라며 “어린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이 전선 인근에 머무르는 경우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고 했다.

크리스티나의 친구들도 모두 이곳을 떠났다고 한다. 이곳에서 크리스티나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크리스티나는 포격음을 차단하기 위해 헤드폰을 착용하고, 이웃 고양이들을 쓰다듬고 그림을 그리고 어린시절 추억들을 회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크리스티나는 “나는 너무 두려워서 몸이 벌벌 떨린다”며 “무언가 폭발하는 소리는 주로 밤에 나지만 때때로 아침에 들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의 어머니 율리아는 가족들에게 먹일 음식을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들의 마을에 있는 상점과 병원, 학교들은 몇 달 전에 문을 닫았다. 율리아는 “그래서 종종 슈퍼마켓이 아직도 열려있는 곳을 찾아 다른 마을을 다녀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율리아는 “러시아군이 공세를 강화해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 닥칠까봐 두렵다”고 했다. 그는 “그렇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며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에서 (전쟁으로 헤어진)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기를 원하지만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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