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스마트 팀' 젠지, 핵심은 비틀기

이솔 2023. 4. 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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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이솔 기자, 젠지의 우승 세레머니

(MHN스포츠 이솔 기자) KT 롤스터(KT)와 T1의 플레이오프 5경기는 2023 LCK 스프링 최고의 명경기로 꼽힌다. 

KT가 상대를 압도하던 중 발생한 오너-페이커의 연이은 슈퍼플레이, 이에 힘입어 기세를 회복한 제우스와 구마유시-케리아의 맹활약까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던 경기다.

지난 9일 결승전에서는 KT와 젠지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경기 초반 T1을 압도했던 KT의 속도전 그대로를 가져온 젠지 이스포츠(젠지)는 KT와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 라인전 구도 비튼 '변칙'

T1의 준비부족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T1 또한 젠지를 제압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으나 단지 상대의 의도를 읽는 싸움에서 젠지가 우위에 있었을 뿐이다.

경기 전반적으로 상대의 '라인전 우위'를 노린 선택지를 젠지가 계속해서 비틀었다.

1세트에서는 탑 라인에서 사고가 있긴 했으나, 어쨌든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T1의 탑 라이너 제우스가 상대 도란을 폭행하며 라인전을 앞서갔다.

그러나 바텀에서 발생한 '간발의 차'가 T1의 구도를 무너트렸다. 

일반적으로는 바루스의 포킹에 자야가 힘들어하는 구도가 펼쳐지지만, 7분 40초라는 뜬금없는 타이밍에 젠지 바텀듀오는 상대 뒷편에서 등장했고, 마치 정글러와 3인 갱킹을 시도하는 듯 한 젠지 봇듀오의 연기에 케리아의 플래시가 빠졌다.

ⓒMHN스포츠 이솔 기자, 딜라이트가 만들어낸 젠지의 속도전

젠지는 이 타이밍을 활용해 라인을 밀어넣었고, 곧이어 귀환을 통해 탑으로 고전하던 빠르게 이동, 힘겨워하던 그라가스에게 파밍할 시간을 선사했다.

특히 벽을 넘어다니는 딜라이트(라칸)에 비해 점멸이 빠진 케리아(노틸러스)의 기동력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쵸비를 부르지 않고도 바텀 라인 교전 1-1 교환을 이뤄내는 원동력이 됐다.

2세트에서도 이와 같은 장면은(탑-바텀 기습 스왑) 11분 발생, 상대 오너(비에고)를 끊어내는 계기가 됐으며, T1이 노리던 '탑-바텀 라인전 완승'이라는 라인전 구도를 완벽하게 비틀었다.

결과적으로 T1에게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말은, 도리어 T1의 이동 시간마저 철저하게 분석하며 결승전을 준비해 온 젠지 이스포츠에게 실례되는 말이다.

- '조급함' 노린 T1

T1의 승부수는 심리전이었다. 특히 결승전에 익숙치 않은 젠지의 바텀 듀오를 조급하게 만들기 위한 노림수가 등장했고, 이는 정확히 적중했다.

T1은 바루스-케이틀린처럼 초반 스노우볼링 조합으로 젠지를 압도하려는 시도를 포기했다. 대신 젠지가 자리를 비울 경우 바텀 포탑을 쓸어먹으며 잘 성장할 수 있는 징크스를 손패로 택했다.

아마 징크스가 밴됐다면 다음 카드는 아펠리오스였을 것이며, 그마저도 밴됐다면 트위치 혹은 트리스타나(원거리 딜러)가 등장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젠지는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쵸비의 리산드라가 3킬을 기록하며 성장했으나, 시간이 갈 수록 초초해지는 쪽은 젠지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젠지는 전령을 내주더라도 전장을 바텀 부근으로 택하며 꼬박꼬박 용을 적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첫 용을 11분에야 획득하는 등, 젠지의 속도는 다소 느렸다.

결국 T1의 성장하는 조합을 상대로 일찌감치 용도, 조합적 우위를 살린 초반 압살도 만들어내지 못한 젠지의 패배는 어쩌면 당연했다.

ⓒMHN스포츠 이솔 기자, '꺾어줄게'

- 젠지의 '나도 누울래'

그러나 4세트에서 젠지는 '나도 누울래'를 선언했다. 2원딜 조합, 이를 지키는 마오카이, 그리고 혹여나 있을 상대의 탱커를 총공세(R)로 치워버릴 수 있는 크산테까지, 조합은 아름다웠다.

T1은 속도, 혹은 '같이 눕는' 친구가 필요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T1, 그리고 LPL식 밴픽' 기사에서 이야기했듯, T1은 리신이라는 '속도'를 택했음에도 '6레벨'이라는 속도 제한이 걸려버리는 아리를 선택하며 르블랑-리신 조합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아리-리신이 본격적으로 킬을 획득한 7분경에는 징크스-룰루가 이미 5레벨로, 곧이어 달성할 6레벨에는 급성장-변이를 통해 얼마든 살아갈 수 있었다. 르블랑이라면, 혹은 리산드라-갈리오였다면 일찌감치 젠지의 '투원딜' 모두에게 제동을 가할 수 있었으나, T1의 속도는 모자랐다.

젠지는 이를 정확하게 살려냈다. 유일한 아쉬움은 8분 전령교전이었으나, 리신의 점멸-궁극기가 소모된 틈을 탄 노림수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로는 실패였지만 말이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협곡에서 제일 강력한 '바다의 영혼'이었다. 단 13분만에 2번째 용을 획득한 T1은 용을 계속해서 선점하며 젠지를 위협했다. 젠지는 이를 뚫어내야 했던 불리한 상황.

뜻밖에도 18분 교전에서 젠지는 T1을 뚫어냈다. 정확히 말하면, 지켜야 했던 T1이 자신의 피지컬을 믿고 도리어 상대에게 돌진하는 양상이 벌어지며 패배했다. 1-2로 밀리던 세트스코어로 인한 단 한순간의 조급함이었다.

결과적으로 용을 획득하며 '눕는 시간'을 충분히 끌어낸 젠지는 T1의 속도전을 무위로 돌리며 벌어진 격차를 좁혔고, 결국 우승컵을 손에 넣게 됐다.

T1도 처절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젠지는 이를 완벽하게 비틀며 승리를 손에 넣었다. 비록 스코어는 3-1이었으나, 두팀의 경기 또한 KT와 T1의 5세트 못지 않은 그런 경기라고 할 수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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