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약 FDA 승인 취소’ 또 다시 연방대법원에 쏠리는 눈
미국에서 시판되는 유일한 경구용 임신중절약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취소한 텍사스주 연방법원 판결에 대해 미 법무부가 10일(현지시간) 항소했다. 지난해 6월 임신중단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 이후 미국 사회 쟁점으로 떠오른 임신중절약 접근권 문제가 연방대법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제5항소법원에 텍사스주 연방법원의 미페프리스톤에 대한 FDA 승인 취소 명령과 관련 효력 발생을 잠정 중지해달라는 내용의 항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부는 항소장에서 텍사스주 연방법원의 판결에 대해 “기이하고 전례 없는 결정”이라며 “FDA의 과학적 권리를 약화하고 미페프리스톤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에게 심각한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매튜 캐스머릭 텍사스주 연방법원 판사는 FDA의 미페프리스톤 사용 승인 과정에서 법적 오류가 발견됐다면서 승인 취소 명령을 내렸다. 2000년 FDA가 승인한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10주 이내 여성들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임신중절약이다. 텍사스주 연방법원 결정이 나온 당일 워싱턴주 연방법원은 미페르리스톤에 대한 FDA의 사용 승인을 유지해야 한다고 결정하는 등 ‘엇갈린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법무부는 워싱턴주 연방법원에도 텍사스주 판결 관련 영향을 확인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미국 제약사 임원 400여명은 캐스머릭 판사에게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이들은 “법원이 과학이나 증거 또는 신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완전히 검증하는 데 필요한 복잡성을 고려하지 않고 의약품 승인을 뒤집을 수 있다면 모든 의약품이 미페프리스톤과 같은 결과에 처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이 법무부와 제약업계의 효력 중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판결이 늦어질 경우 법무부는 곧바로 연방대법원에 긴급 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전체 대법관 9명중 대법원장을 포함해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 절대 우위 구도인 연방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낼 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6월 로 대 웨이드 폐기 결정 이후 임신중단 이슈와 관련 가장 큰 시험대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 성향 연방대법관들이 임신중단권 제한, 연방 정부기관 권한 축소라는 두 가지 쟁점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여왔음에도 이번 사안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법률전문가들은 텍사스주 연방법원의 캐스머릭 판사가 FDA의 의약품 승인 및 규제 권한까지 문제삼으면서도 명확한 법적·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신중단권에 비판적인 보수 대법관들이라도 법리적으로 결함이 많은 판결을 마냥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낙태반대론자들이 태아를 지칭할 때 쓰는 표현인 “태어나지 않은 인간”이란 표현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이념적 편향을 드러낸 캐스머릭 판사가 FDA에 대한 불신을 여과없이 드러낸 점도 판결의 정당성을 약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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