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폭행한 예비 검사 벌금형 선고유예... 임용 취소 수순

4월 임용 앞둔 예비 검사, 여성 경찰관 주취폭행
법원, 공무집행방해 혐의 벌금 300만원 선고유예
법무부 “검찰공무원 되지 못할 심각한 문제사유”

지난해 5월 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임명장을 받은 검사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관을 주취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예비 검사가 1심에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법무부는 주취 폭행을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검사 임용을 취소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11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황모(31)씨에게 벌금 3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법정 진술이나 증거를 종합하면 유죄로 인정된다"며 "피고인이 자백하고 반성하고, 초범인 점, 경찰관이 피고인에 대한 선처를 바라는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선고유예는 피고인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지만, 범죄 정도가 가볍다고 판단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황씨는 지난 1월 30일 0시 32분 서울 강남구 한 식당가에서 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왜 저쪽 편만 드냐"며 손바닥으로 두 차례 가격하는 등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황씨는 경찰관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너는 누구 라인이냐' 등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경찰에게 자신을 학생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신규 검사 선발 전형에 최종 합격해 이달 말 변호사시험 합격 통보만 받으면 검사로 임용될 예정이었다. 황씨는 1심 재판을 마친 뒤 '선고 결과에 대해 한 말씀 해달라' '변호사 시험 최종 합격도 안 됐는데 특권의식이 생긴 건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사건 발생 직후 황씨의 검사 임용을 취소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건 발생 직후 황씨를 법무연수원 교육절차(임용예정자 사전교육)에서 배제했다”며 “(황씨 범행은) 검찰공무원이 되지 못할 심각한 사유로, 인사위원회 등 절차에 따라 임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