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학적인 탄소중립 정책...산업계 감축량 줄이기는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가 정부에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대폭 수정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 책임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고 있으며 특히 산업 부문 감축 목표 축소는 기업과 국민 모두에게 해롭다는 지적이다.
ESC는 1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입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대폭 수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10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전체 회의를 열고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ESC는 이번 기본계획안을 놓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2050 탄녹위와 환경부는 지난달 21일 국내 '산업부문'에서 2030년까지 감축해야 하는 온실가스 목표치를 기존 14.5%에서 11.4%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 정부안을 발표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현 정부 임기인 2027년까지의 누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4890만톤으로 전체 목표량의 25%다. 나머지 75%인 1억4840만톤은 2028~2030년에 감축하게 된다.
이에 환경단체·시민단체 등은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과거보다 더 줄었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 가량 낮아졌다고 비판하고 나선 상황이다.
ESC는 정부가 산업계 탄소 배출량 감축 부담을 덜어준 데 대해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부문에 가장 낮은 감축 목표를 부여했음에도 더 낮추는 왜곡된 기업 편들기 정책은 멈춰야 한다"며 "정부가 우리 기업을 온실 안에 가둬 키운 결과 에너지 전환 시대라는 비바람에 우리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계 감축량을 줄이는 것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잃게 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탄녹위는 국내 산업의 고탄소 산업구조 특성 때문에 더는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고탄소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변화를 더욱 빠르게 추진해야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SC는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을 임기가 끝나가는 기간에 감축하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도 "무책임할 뿐 아니라 과학적이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근거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6차 저감 평가보고서(WG III)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반에는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적어진다. 초반에는 과소비되고 있는 화석연료의 감축과 현재 기술로도 충분히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부분의 배출에서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ESC는 "지난 10년간 가장 빠른 기술혁신과 대량 생산이 있던 분야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라며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다음 정권에 떠넘기지 말고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해 책임지고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은 세계 기준에 비해 높은 편인데, 이는 기술 부족 탓이 아니라 정부의 원자력 중심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과학적으로, 탄녹위는 합리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과학이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 IPCC를 비롯해 수많은 데이터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의 급락과 발전량 비율의 확대를, 원자력은 그 반대의 경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재생에너지 전망을 실제보다 낮게 전망해 온 IEA조차도 태양광, 풍력 발전이 2030년까지 2020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핵발전은 같은 기간 단 15%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과학기술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체제의 급격한 대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줬고 전 세계는 이미 그 길 위에서 달려가고 있는데 정부가 한국을 에너지 후진국으로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영혜 기자 yy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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