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소방수 겸 쓴소리맨' 홍준표, 존재감 부각
[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최근 홍준표 대구시장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다. 중앙정치를 떠나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정책을 옹호하고, 김재원 최고위원과 전광훈 목사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무게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종합결과, 홍 시장은 중앙정치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논란이 되는 윤석열정부의 정책을 적극 방어하면서 동시에 당내 문제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내고 있다.
홍 시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굴욕외교'라고 비판하는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9일 MBC100분 토론에 나가 "대통령이 하고 싶어서 굴욕적 행동을 하고 양보하고 왔겠느냐"며 "북한·중국·러시아가 뭉쳐있으니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도 뭉쳐야 세력균형이 될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의 통치 행위란 그런 것"이라며 "욕을 먹어도 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하면 하는 것이다. 대통령 자리는 욕을 먹어도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하는 자리"라고 방어했다.
홍 시장은 지난달 31일 SBS 뉴스브리핑에 나가 논란이 된 69시간제에 대해 필요한 정책임에도 당과 대통령 홍보수석실이 일을 잘못해 대통령이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 직종이나 특수직종 사람들에겐 예외적으로 넓혀줄 필요가 있다고 하면 되는데 그걸 일반화시켜 말한 건 홍보수석실에서 잘못했다"며 "(김은혜) 홍보수석이 엉터리로 잘못했고, 당에서도 엉망으로 대처했다"고 꼬집었다.
홍 시장은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서는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시장은 전당대회 초반 친윤 후보인 김기현 후보를 지지하고, 비윤 후보들을 저격하며 김기현 지도부 탄생에 일조했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와 함께 다니며 극우적 발언을 한 김재원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제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광훈 목사가 초대한 예배에서 "5·18 민주화 운동 정신의 헌법 수록을 반대한다"는 발언을 하고, 그 뒤 미국에 가서 "전광훈 목사가 우파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발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 이후 제주 4·3기념일은 격이 낮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초반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퇴출과 제명을 주장했지만, 김기현 당대표가 유감만 표명하자 김 대표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 대표가 홍 시장을 겨냥 "지방행정에 더 전념하라"고 말하자, 홍 시장은 "살피고 엿보는 판사식 정치를 한다"고 비난했다.
홍 시장은 극우적 발언을 일삼는 전광훈 목사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전 목사를 "입에 욕을 달고 다니는 목회자"라고 비판하고, 당에서 전 목사와 선을 긋기를 연일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홍 시장의 최근 발언이 내년 총선에 대한 우려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민의힘은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보다 떨어진 상태다. 특히 중도층과 2030세대의 이탈률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SBS가 지난 8~9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중도층에서 야당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60.8%로 나왔다. 반면 여당후보를 뽑겠다는 응답 28.2%에 그쳤다. 게다가 20대 이하의 경우 국민의힘 지지율은 10.1%로 나와 국민의힘에 대한 적대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율은 24.0%를 기록했다.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을 잡아야 승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극우색채를 없애는게 필수적이다.
그러다보니 홍 시장은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를 비판하며, 관계 단절 요구를 당 지도부에 강하게 하는 것이다. 홍 시장은 11일 "총선이 1년 밖에 안 남았는데 참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당 상임고문이자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홍 시장의 발언은 다른 정치인들보다 무게감 있다는 평가다.
홍 시장은 5선 의원, 당대표 두 번, 경남지사 재선을 거쳤다. 19대 탄핵 대선의 보수정당 후보였다. 홍 시장은 당원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뽑은 대선 경선에서 41.50%를 기록해 윤석열 후보(47.85%)에게 패배했지만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윤 후보를 앞섰다.
당내 의원들이 홍 시장처럼 목소리를 안 내는 건 아니지만, 홍 시장이 오래 쌓은 인지도와 영향력을 따라가긴 역부족이다.
일례로 홍 시장이 지난 9일 출연한 100분토론은 3.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전 회차 시청률이 보통 0.6%~1%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확실히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보수세력의 정권 연장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총선에서 여당이 질 경우, 윤석열 정부는 하반기 국정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되는 동시에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홍 시장이 차기 대선 출마 준비를 위해 하방해 대구시장이 된 것은 이미 정치권에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런 이유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홍 시장 입장에서는 총선 승리가 더욱 절실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질 경우 당장 홍 시장이 대구 시정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예산 등 조력을 받기 힘들어질 수 있다.
홍 시장이 당내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인은 어찌 됐든 살아 있어야 된다"며 "정치인의 존재감이 없어져버리면 '지나가는 개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홍 시장이 목소리를 내는 건 그런 연유가 있다" 설명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를 옹호하는 건 당원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며 "다만 당내 극우세력을 몰아내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에 지도부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번 이혼' 유퉁 "13세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혀 굳어"
- 女BJ에 8억 뜯긴 김준수 "5년간 협박 당했다"
- '선거법 위반' 혐의 이재명, 1심서 의원직 박탈형
- "승차감 별로"…안정환 부인, 지드래곤 탄 트럭 솔직 리뷰
- 가구 무료 나눔 받으러 온 커플…박살 내고 사라졌다
- 성신여대도 男입학 '통보'에 뿔났다…"독단적 추진 규탄"[현장]
- 허윤정 "전 남편, 수백억 날려 이혼…도박때문에 억대 빚 생겼다"
- 반지하서 숨진 채 발견된 할머니…혈흔이 가리킨 범인은
- 탁재훈 저격한 고영욱, "내 마음" 신정환에 애정 듬뿍
- '순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양광준 육사 후배 경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