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티콘으로 수천만 달러 이체 승인”…파산 FTX 부실경영 난맥상

박일중 2023. 4. 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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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다가 작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파산한 FTX의 주먹구구식 경영 실태를 담은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현지 시각 10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TX가 지난해 11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새로 선임돼 뒷수습을 맡아온 현 경영진과 채권단은 전날 FTX 경영실태와 관련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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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였다가 작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파산한 FTX의 주먹구구식 경영 실태를 담은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현지 시각 10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FTX가 지난해 11월 파산보호를 신청한 뒤 새로 선임돼 뒷수습을 맡아온 현 경영진과 채권단은 전날 FTX 경영실태와 관련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보고서는 FTX와 계열사들이 기업용 메신저 ‘슬랙’ 상에서 수천만 달러 규모의 자금 이체를 승인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지출이나 청구서 등을 대화창에 올리면 ‘이모티콘’으로 승인 여부를 답하는 황당한 방식으로 돈이 관리됐다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메신저상에서 승인된 자금 이체와 관련해선 비공식적인 자료만 남아 있고, 그나마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과거 회사 내 통신을 이용해 “우리는 때때로 행방을 놓쳤던 5천만 달러(약 660억 원)어치 자산이 굴러다니는 걸 찾곤 한다며 그런 게 삶 아니겠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파산신청 직전까지만 해도 FTX 경영진은 경쟁사들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정교한 시스템을 갖췄다고 주장했던 게 거짓으로 드러난 셈입니다.

FTX는 보안상 문제도 심각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암호화폐 지갑을 열기 위한 개인키(private key)를 암호화 없이 일반 텍스트 파일로 저장한 경우가 적지 않았고, 일부 개인키는 구체적 설명 없이 ‘사용가능’, ‘사용불가’ 따위로 이름 붙여진 파일에 보관돼 있었습니다.

뱅크먼-프리드는 평소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이중인증’을 철저히 하라고 강조해 왔는데 정작 FTX와 계열사들은 구글 계정과 암호관리 과정에서 이런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고객 자산을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가상화폐 지갑인 ‘콜드월렛’ 등에 분산 예치해 위험을 최소화한다던 주장과 달리 사실상 모든 암호화폐를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에 보관해 왔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FTX 파산보호 신청 후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구조조정 전문가 존 J. 레이 3세는 “FTX 그룹이 실패한 근본 원인 중 다수는 우리에게 익숙한 자만심과 무능, 탐욕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바하마에서 체포돼 지난해 말 미국으로 송환된 뱅크먼-프리드는 사기와 돈세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박일중 기자 (baika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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