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손'…바나나 갈변하면 껍질 벗겨먹는 코끼리

김수연 기자 2023. 4. 1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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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 동물원의 '팡 파'(Pang Pha)라는 이름의 아시아 코끼리가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의 경우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분석 결과, 팡 파는 껍질이 파랗거나 노란 바나나는 다른 코끼리처럼 껍질째 먹었지만, 군데군데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는 껍질을 벗겨내고 알맹이만 먹었다.

이처럼 바나나 껍질을 벗겨내고 알맹이만 먹는 코끼리는 베를린 동물원 내에서는 팡파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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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동물원의 '팡 파'(Pang Pha)라는 이름의 아시아 코끼리가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의 경우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바나나 껍질을 까는 팡 파'(Pang Pha). Current Biology/ Kaufmann et al. 제공
 
일반적으로 코끼리는 바나나의 껍질을 까지 않고 통째로 먹는다. 하지만 팡 파는 코끝으로 바나나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 법을 스스로 익혀 코끼리의 뛰어난 학습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베를린 훔볼트대학 '번스타인 컴퓨터 신경과학 센터'의 미카엘 브레히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나나 껍질을 까먹는 암컷 코끼리 팡 파의 행동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인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저널 발생사인 '셀 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팡 파는 사육사가 바나나 껍질을 벗겨내고 주는 것을 본 뒤에 스스로 바나나 껍질을 까먹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번 사례는 코끼리가 특별한 인지 능력과 조작 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브레히트 교수의 연구팀은 사육사로부터 팡 파가 바나나 껍질을 벗겨내고 먹는 특이한 행동을 한다는 제보를 받고 연구를 시작했다.

 팡 파의 껍질 까먹는 행동 분석 도표. Current Biology/ Kaufmann et al. 제공
 
분석 결과, 팡 파는 껍질이 파랗거나 노란 바나나는 다른 코끼리처럼 껍질째 먹었지만, 군데군데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는 껍질을 벗겨내고 알맹이만 먹었다. 또 껍질이 완전히 갈색으로 변한 바나나는 아예 먹지 않았다.

하지만 무리 내 다른 코끼리와 함께 있을 때 갈색 점이 박힌 바나나가 제공되면 먹이를 뺏기지 않으려는 듯 껍질째 최대한 많이 먹은 뒤 마지막 남은 한 개만 껍질을 까내고 먹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바나나 껍질을 벗겨내고 알맹이만 먹는 코끼리는 베를린 동물원 내에서는 팡파가 유일하다. 연구팀은 팡파가 사육사의 행동을 보고 스스로 학습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또 이전까지 아프리카 코끼리가 방향을 제시하는 인간의 몸짓을 이해하고 인간을 인종별로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인간을 모방해 바나나 껍질을 벗기는 등의 복잡한 행동은 상당히 독특한 사례라고 전했다.

이러한 팡 파의 사례는 코끼리가 놀라운 인지 능력과 인상적인 조작기술을 지녔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브레히트 교수는 "단일 행동이 아니라 능숙함과 속도, 개성, 인간에게서 배운 것으로 추정되는 점 등이 어우려져 독특한 것이 됐다"면서 "코끼리는 코를 활용하는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으며, 이런 행동은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현재로선 팡 파만 유일하게 바나나 껍질을 까는 기술을 가졌지만, 이 기술이 다른 코끼리에게도 전수될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수연 온라인 뉴스 기자 ksy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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