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유출된 美문서 허위"라지만…"반격 계획 일부 바꿨다"

김희정 기자 2023. 4. 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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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초토화 전술 전환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바흐무트와 차시브 야르의 최전선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장갑 군용 차량이 차시브 야르를 통과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미국 국방부의 기밀 문서가 유출된 여파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한 반격 계획을 일부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문서가 러시아가 유포한 허위 정보라고 일축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로선 전세에 미칠 파급 효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의 바흐무트를 중심으로 공습과 포격 수위를 높이며 '초토화' 전술로 전환했다.
CNN "우크라이나, 군사 계획 일부 변경"
10일(현지시간) CNN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극비 국방부 문서 유출 이후 군사 계획의 일부를 변경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 문서 유출 여파로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중요 시점에 무기, 방공, 대대 규모 및 준비 상태의 주요 약점이 러시아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미국과 주요 정보를 공유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반격을 준비해왔다.

유출된 문서는 미국이 감청된 통신과 인적 자원을 통해 러시아 국방부 및 용병조직인 바그너그룹에 얼마나 침투했는지를 보여주는데, 앞으로는 해당 통신이 끊기거나 정보원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차시브 야르 인근 바흐무트 전선에서 격전 끝에 쓰러진 군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유출 문서 중 일부에는 미국이 젤렌스키를 감시해왔다는 정황도 드러나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까운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번 유출에 대해 매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미하일로 포돌약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텔레그램에 "유포된 문서는 진짜가 아니고 우크라이나의 실제 계획과 무관하다"며 "러시아가 유포한 다량의 허구 정보에 기반한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문서 유출에 따른 전략 변경 여부에 대해서는 "전략 계획은 변하지 않았지만 구체적 전술은 항상 변경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미 국방부 문서 유출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우크라이나의 추정에 대해 크렘린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사실 항상 모든 것을 러시아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병에 가깝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바흐무트 등 초토화 전술로 전환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바흐무트 등 최전방 도시의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르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인 올렉산드르 시르 스키 대령은 "적(러시아)은 소위 초토화 전술로 전환했다. 공습과 포격으로 건물과 진지를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통제하는 도네츠크 영토의 가장자리에 있는 바흐무트는 수개월 간 전쟁의 최대 격전지가 되면서 폐허로 전락했다. 도네츠크 지역의 책임자 데니스 푸실린은 10일 현재 러시아군이 도시의 75%를 점령하고 있다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와 차시우 야르 최전선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한 마을 주민이 부서진 차 근처에서 목격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우크라이나 참모총장은 러시아군이 바흐무트 서쪽 지역으로 진격하는 데 실패했고, 바흐무트와 차시브야르를 포함해 최소 10개 마을이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대는 아브디브카시도 목표로 삼고 있다. 도네츠크 주지사 파블로 키릴렌코는 러시아가 다층 건물을 파괴한 공습을 설명하면서 "아브디브카를 완전히 폐허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브디브카에는 총 1800여 명의 주민이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의 반격은 동부에서의 소모전이 수개월 간 지속되면서 예상돼온 일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겨울 공세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바흐무트 공격을 주도한 러시아의 민간용병 바그너그룹의 대원들이 지치자 러시아는 공격을 돕기 위해 특수부대와 공수부대를 파견하고 있다.

한편 도네츠크는 러시아가 지난해 합병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4개 주 중 하나다. 바흐무트를 장악하면 러시아는 차시브야르의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직접 겨냥할 수 있다. 도네츠크 지역의 대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와 슬로비안스크로 진격할 길을 열게 된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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