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아나 김수민 “도망쳐도 내 인생, 또 망쳐도 내 인생이죠”[인터뷰②]
‘공포’ 통해 모성애 배웠죠
지난해 12월 아들을 출산하며 엄마가 된 김수민은 100일이 갓 지난 갓난 아이의 보호자가 되며 사실상 자유를 빼앗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비유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를 낳아보니 날개옷을 벗은 선녀가 된 느낌이에요. 이젠 중력이 더 많이 작용하는 삶을 살게 됐죠. ‘내일 홀연히 어느 나라로 떠나겠어!’라는 생각은 못하잖아요? 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워요. 새삼스럽지만, 우리 모두가 다 그런 부모의 희생으로 컸다는 게 참 신기해요. 성취감도 있어요. 잘 견뎠다. 오늘도 (육아를) 해냈다. 우리 모두 안전하게 살아있다. 이런 것들요. 아이가 어느덧 100일을 넘겼는데,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것은 정말 대체불가한 경험이에요.”
아들과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그는 공포를 통해 모성애를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어요. 수술 직전엔 정말 무서웠어요. 자고 일어나니 아이가 태어나 있더라고요. 낳고난 뒤에도 내가 낳았단 기분이 들지 않았어요. 모성애가 아름다운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경험한 첫번째 모성애는 ‘공포’였어요. 아이가 약을 먹어야 했는데 갑자기 약이 의심이 돼서 먹일 수가 없더라고요. 불안과 사랑은 같은 것일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죠. 제 약은 한 번도 그런 생각 없이 먹어왔는데, 아이에게는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이 신기했어요.”
요새 가장 자주 하는 고민 역시 ‘초보 엄마’ 다웠다.
“아이가 있는 엄마는 모두 공감할 것 같은데, ‘육아보다 더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집밖에 나가는 순간 돌봄 대신 다른 것을 하게 되는데 ‘그 선택이 육아보다 값어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아직 답을 찾아가고 있죠. 예전에는 출산 후 전업주부가 되는 삶에 대해 감히 편견을 갖고 봤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아는 사람’ 김수민으로 기억될래요
김수민은 에세이 ‘도망가는 게 뭐 어때서’를 집필하며 꿈이 이루어진 느낌이라고 했다.
“아나운서라는 꿈은 대학생이 되어 꾸게 됐지만,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은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꿔 왔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꿈이 이루어진 느낌이 들어요. 내가 이렇게 책 쓰는 일을 오랫동안 꿈꿨는데, 왜 정작 작가가 되겠다는 꿈은 꾸지 않았을까? 남들이 말하는 직장, 명함이 있는 직업으로만 꿈을 꿨던 것은 아닐까? 진짜 하고싶었던 것과 직업이 달랐네. 이런 생각들이 들었죠.”
김수민은 출판 후 의외의 독자들을 만났다고 고백했다. 책 안에 자신의 일대기가 빼곡히 담겨있는 만큼, MZ세대 독자들이 대다수일 것이라는 생각은 뜻밖의 결과를 마주했다.
“제가 20대 여성이기에 20대 여성 독자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0대 자녀를 둔 부모님 층 독자들이 많더라고요. 꼭 세대가 연결된 느낌이 들었어요. 요즘 미디어에서 20대를 특이한 집단으로 묘사를 하기도 하는데요, 사실 20대는 다른 세대들과 닮은 점도 많아요. 누구나 한번쯤 현실과 이상에 대해 고민하고, 직업에 권태기를 느끼기도 하죠. 20대 자녀를 둔 부모님 독자들이 책을 통해 자녀들과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린 나이에 과감한 도전으로 주목받아온 김수민. 대중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누가 있는데, 이렇게도 살더라. 그래도 괜찮더라’의 아는 사람이요. ‘야, 퇴사해도 괜찮더라! 아는 사람 중에 결혼 일찍했는데, 퇴사했는데 잘 살더라!’ 이렇게, 알고있다는 것 만으로도 용기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그에게 책의 제목처럼, 도망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 물었다.
“도망쳐도 내 인생, 또 망쳐도 내 인생이요. 하하.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여러 도전들이)무서웠거든요. 아무리 도망쳐도, 그 과정에서 또 망쳐도 결국 내 인생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이예주 온라인기자 yeju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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