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 뽑은 與 의원들… ‘검사공천’ 불안감? [이런정치]
‘검사 공천’ 불안감 횡행… PK·TK 의원들 윤재옥에 몰표
주진우·김진모 등 檢 출신 인사들 공천 받을 것 전망 多
김기현 ‘검사공천은 괴담’… 잦은 구설 탓 김학용 ‘재치’ 빛바래
[헤럴드경제=홍석희·김진 기자]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윤재옥(3선·대구 달서을) 의원이 당선됐다. 당초 국민의힘 안팎에선 김학용 의원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들이 많았다. 김 의원의 친화력·용심(龍心)소문·지역구 등이 배경이었다. 핵심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김 의원을 돕는다는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연 결과 예상외로 윤 의원이 비교적 큰 표차로 신임 원내사령탑이 됐다. 소위 ‘선거 선수’들인 여당 국회의원들은 왜 윤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뽑았을까.
윤 의원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서 총 109표 중 65표(59.6%)를 얻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경쟁자였던 김 의원(4선·경기 안성)은 44표(40.3%)를 얻는 데 그쳤다. 윤 의원의 당선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이 6대4 정도로 결과가 나올 것이란 예측이 많았다. 그런데 결과는 딴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의원도 “김 의원이 앞선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의외였다”고 부연했다.
윤 의원과 김 의원은 사실 개인 성품부터 자라온 정치 역정 등에서 ‘극과 극’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김 의원은 의원들과의 유대감이 강하고 특유의 농담 친화력이 강점인 인사다. 여권 관계자는 “김학용이 한마디만 하면 의총장이 항상 웃음 바다”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 사람을 만나도 웃음을 주고 특유의 기억력으로 사람을 잘 기억 하는 것까지 김 의원의 장점이다. 자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의 특장점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지난 1988년 이해구 전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이후 2008년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에게 패해 낙선했으나, 이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지난해 3월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4선에 올랐다. 이후 1년여만인 4월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으나 예상을 깨고 낙선했다. 김 의원은 선거 패배 후 “제가 부족해, 기대에 부응못해 죄송합니다. 그간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국회 내에 말 수가 적은 몇 안되는 국회의원들 가운데 한명이다. 인물 평가로 치면 ‘츤데레’ 타입이다. 말이 많지 않아 속을 알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윤 의원을 겪어본 인사들은 대부분 윤 의원을 속마음이 따뜻한 인사로 기억한다. 대신 맡은 바 역할이 주어지면 끝까지 해당 일을 완수하는 타입이다. 윤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사람이란 것을 아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그 평가가 맞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또 “선배 의원들이 예전에 윤재옥은 너무 신중해서 발언을 잘 안한다고 말씀 하시는 의원이 있었다”며 “그러나 일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좋은 평가를 했다”며 “제가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책임에 소홀히하거나 실수하거나 그렇지는 않는다. 소리없이 미션을 수행해 왔다”고 자평했다. 윤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된 최종 원인 역시 ‘윤재옥을 아는 의원들’이 많아서였다는 평가도 있다. 여기엔 경쟁했던 김 의원이 재보궐선거로 21대 국회에 입성, 의원들과의 소통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란 설명도 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공천 문제’가 윤 의원을 원내대표가 되게한 핵심 동인(動因)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소위 ‘검사공천’에 대한 불안감이 ‘용심(龍心)’ 소문이 났던 김 의원 대신 윤 의원을 밀게 만든 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정치 경력이 짧은 검사 출신 인사들이 국회의원이 되려면 수도권 보다는 영남 공천이 안정적인데, 그러기 위해선 기존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들을 대거 ‘물갈이’ 해야 한다. 이에 공천 불안감을 느낀 영남 지역구 의원들이 대거 윤재옥 ‘한표’를 행사했다는 설명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검사공천‘ 등 시중에 떠도는 괴담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특정 직업 출신이 수십명씩 대거 공천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공천 과정에서 계파에 따른 차별도 없을 것이며 정당하지 않은 인위적 인물교체로 억울한 낙천자가 생기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최고위 회의는 원내대표 선거 후 열린 첫 최고위 회의였다.
김 대표가 ‘검사 공천’ 문제를 최고위 회의에서 꺼내든 것은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서 예상을 깨고 윤 의원이 당선되자 당내 의원들 마음을 다독이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5명 가운데 부산·대구·울산·경남·경북을 지역구로 둔 의원은 과반인 58명에 이른다. 이들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공천을 받을 경우 당선 전망이 유리한 곳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느냐 못받느냐는 ‘4년 비정규직’ 국회의원들의 최근 최대 현안이다.
최근엔 부산·대구 지역구를 중심으로 물갈이 폭이 평년 50%에서 대폭 상향될 것이란 관측도 흉흉하게 나돈다. 물갈이 시작은 이번달 김기현 대표 체제하에서 시작될 당무감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출마 후보군으론 이진복 정무수석,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 김윤일 미래정책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총리실 박성근 총리 비서실장,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장예찬 청년최고위원 등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부산 출마 예상자만 10여 명에 달한다.
윤 의원의 ‘말수 적음’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굉장히 신중하고 말을 거의 안 하시는 분”이라며 “당 지도부에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원내지도부는 신중한 분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홀대론’이 나왔던 대구·경북(TK)의 영향력이 재확인됐다는 해석도 있다. 한 의원은 “생각보다 표차가 큰 것을 보니 지역 표가 몰린 것 같다”며 “TK 지역구 의원들 입장에선 홀대론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 민생특별위원회 조수진 위원장은 한 방송사에 출연해 양곡관리법 대안으로 ‘밥 한공기 다먹기’를 제안하면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를 만나 ‘5·18 헌법정신 수록 반대’ 의사를 밝히고, ‘4·3은 격이 낮다’고 발언한 것 역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신임 국민의힘 지도부를 구성한 최고위원들의 잇따른 구설에 ‘재치·위트’의 김 의원 보다, ‘말수가 적은’ 윤 의원의 진정성이 의원들의 마음을 더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호흡을 맞췄던 것도 윤 의원의 강점으로 꼽힌다. 윤 의원은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상황실장을 맡은 바 있다. 윤 의원은 정견발표에서 “윤석열 후보가 듣기 불편한 내용까지 후보에게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 입성이 윤 의원에 비해 늦어 의원들과의 소통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핵심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김 의원을 지지했다는 소문 역시 윤 의원에게 판이 유리하게 돌아간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김정재 의원이 김 의원이 원내대표가 될 경우 원내수석부대표가 될 것이란 뜬소문 역시 윤 의원에게 반사이익이 됐다는 평가도 나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정재 의원이 원내수석이 된다는 소문이 돌았다. 김학용 의원이 밀었던 ‘수도권 원내대표론’ 역시 결과적으로는 패착이 되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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