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방' 이집트, 러에 로켓탄 4만발 몰래 공급 계획…문건 유출

이집트 대통령, 블링컨 국무 회동 며칠 뒤 로켓탄 생산 지시
이집트, 수십년간 美 1조원 지원받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자료사진) 2023.1.30.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미국의 우방국인 이집트가 러시아에 미사일 4만발 몰래 생산해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를 인용,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최근 수하들에게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은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는 행위라고 전했다.

지난 2월 17일자로 적힌 일급 비밀 문서에는 엘시시 대통령과 이집트 고위 군 관리 간의 대화가 담겼는데, 엘시시 대통령은 서방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로켓탄을 비밀리에 선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적혀 있었다.

유출된 문건에 대한 질문에 아흐메드 아부 자이드 이집트 외무부 대변인은 "이집트는 유엔 총회 결의에서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면서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위기에 관여하지 않고 양국과 동등한 거리를 유지하기로 한 입장에 기초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해서 양 당사자가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을 통해 정치적 해결에 도달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리 역시 "우리는 (이집트의) 계획이 실행된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머피 의원은 WP에 "이집트는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미국의 우방국 중 하나다. 시시 대통령이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될 수 있는 탄약을 비밀리에 만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집트와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로 지명됐던 사라 마곤 전 휴먼라이츠워치(HRW) 워싱턴 지국장도 "문서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미국이 더이상 이집트와 관계를 지속해야하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WP 역시 수십 년 동안 안보 원조로 연간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제공받은 이집트로서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려한 것은 도박을 시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시시 대통령의 로켓탄 제조 지시는 그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이집트에서 만난지 불과 며칠 뒤 이뤄졌다. 미국과 이집트간의 관계는 이집트 정부가 사회를 억압하고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는 과정에서 최근 몇년간 악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