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한국, 여름만 최대 170일...지구평균보다 가파른 한국 기온 상승세

박정연 기자 2023. 4. 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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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100년간 축적된 기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까운 미래에는 사계절 중 여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재는 겨울이 가장 길지만 기후변화로 지구기온이 상승하면서 추운 날씨보다 더운 날씨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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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극복, 국가 도약을 위한 미래 100년의 준비'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영상 캡처

과거 100년간 축적된 기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까운 미래에는 사계절 중 여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재는 겨울이 가장 길지만 기후변화로 지구기온이 상승하면서 추운 날씨보다 더운 날씨가 길어진다는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극복, 국가 도약을 위한 미래 100년의 준비' 토론회에서 "현재에 비해 21세기 후반으로 갈수록 여름 일수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현재는 겨울이 107일로 가장 길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여름의 길이가 더 길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1년 중 여름이 차지하는 기간은 온실가스 저감이 잘 실현되는 'SSP(공통사회경제경로)1-2.6 시나리오'에선 129일, 무분별한 개발이 확대되는 'SSP5-8.5 시나리오'에선 170일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겨울 기간은 39일까지 줄어들 것이라 내다봤다. SSP는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수준과 기후변화 적응대책 수행여부에 따라 사회경제변화를 단계별로 구별한 지표다.

온실가스가 무분별하게 배출되는 고탄소 시나리오에선 폭염과 열대야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유 청장은 "SSP5-8.5 시나리오에선 여름 기간 이틀에 한번 꼴로 폭염이 발생하며 3일에 1번 열대야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30년 대비 최근 10년만 비교해봐도 폭염일은 연간 2.8일 증가했으며 열대야 일수도 4.6일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해수면 온도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14도 수준인 동해와 서해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2041~2060년에 이르렀을 때 1.5~2도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2061~2080년에는 현재보다 최대 4.5도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30년간 한국의 해수면온도 상승폭은 전지구 평균인 0.12도보다 높은 0.21도로 상대적인 상승세가 뚜렷했다.

유 청장은 과거 100년 동안 축적된 한국 기상데이터를 바탕으로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109년간 한국의 연평균 기온 상승률은 전지구 평균 상승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전지구 평균기온은 10년마다 0.07도씩 상승했지만 한국은 0.2도씩 상승했다. 특히 1912~1965년보다 최근에 가까운 1966~2020년 기간 동안 기온상승폭은 더욱 커졌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농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1년 한국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안면도, 고산, 울릉도, 독도 관측지 4곳 모두에서 전지구 평균값인 415.7ppm보다 높은 수준으로 측정됐다. 농도 차이가 벌어지는 속도 역시 최근 10년간 부쩍 가파른 추세를 보였다.

유 청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수립에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상데이터와 같은 명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해 국민 스스로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번 일어난 기후변화는 원상복귀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빠른 정책수립과 이행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채(IPCC) 6차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기후회복력 개발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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