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구멍 뚫린 美 국가보안... 유출 기밀문서 소셜미디어에 유통
온라인에 유출된 미국 기밀 문서가 아직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유통되면서 SNS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이달 초 온라인 채팅 서비스 ‘디스코드’와 SNS 트위터,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 등을 통해 기밀 문서가 유출된 사실을 파악했고 법무부에 유출 경로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지만, SNS에서 미 정부 당국이 작성한 기밀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실 자체에 비판이 일고 있다.
CNN은 10일(현지 시각) “기밀 문서가 오랫동안 감지되지 않았고 온라인에서 계속 유포되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 정부가 SNS 회사에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심지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기밀자료라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트위터와 디스코드의 게시물 관련 규칙은 모호하고, 실행 역시 일관성이 없다”며 “SNS 경영진이 기밀 문서를 제거할지조차 불분명하다”고 꼬집었다.
WSJ에 따르면 기밀 문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채팅 서비스 업체 ‘디스코드’ 이용자가 지난 1월, 익명 채팅방에 처음 올렸다. 기밀 문서는 3월 초까지 디스코드 안에서 유통되다, 이 중 최소 10개의 파일이 ‘마인크래프트’에 초점을 맞춘 다른 커뮤니티에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지난 5일, 텔레그램의 러시아 선전·선동 계정 중 하나에 조작된 내용이 포함된 편집된 기밀 문서가 올라오면서 미국 정부가 기밀 문서 유출 사실을 파악했다.
미국 국방부는 뉴욕타임스(NYT)가 기밀 문서 유출을 보도한 뒤인 지난 9일 “민감하고 고도로 기밀인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문서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법무부와 연방수사국은 기밀 문서가 어떻게 온라인에 올라왔는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기밀 문서는 SNS에 남아있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트위터의 전직 임원에 따르면 트위터는 해킹된 자료의 게시 및 배포를 금지하는 규칙을 마련해놓고 있다. 트위터는 해킹된 자료가 포함된 트윗을 삭제하거나 해당 자료에 경고장을 붙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유출된 기밀 문서가 트위터의 정책을 위반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삭제 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전직 직원은 CNN에 “기밀 문서가 해킹으로 인해 유출됐다는 믿을 만한 증거가 없다”며 “기밀 문서를 트위터에 게시하는 것이 트위터의 해킹 정책에 위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조작된 자료를 공유하는 트윗에 경고장을 보내는 팀은 정리된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머스크는 7일 미 국방부가 트위터에 올라온 기밀 문서 삭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기사와 함께 “그래, 인터넷에서는 모든 것을 완전히 삭제할 수 있다”라고 트윗하며 미국 정부를 비꼬았다. NYT는 “머스크가 기밀 문서가 포함된 트윗에 대해 조치할 징조가 없다”고 말했다.
기밀 문서가 가장 먼저 올라온 디스코드에는 기밀 정보 관련 정책이 없다. 디스코드는 불법행위 금지, 타인의 지식재산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 허위 정보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 유포에 대한 지침만 갖추고 있다.
트위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디스코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제이슨 시트론이 2015년 선보인 온라인 채팅 서비스다. 비디오 게임 이용자들에게 특화돼 있으며, 2019년 5600만 명이던 월간 활성 사용자는 2021년 1억5000만 명 이상으로 늘었다. 디스코드 대변인은 “기밀 문서의 유출과 관련해 법 집행 기관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SNS 회사에 기밀 문서 삭제를 요청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워싱턴DC에 위치한 연구 및 자문회사인 글로벌 사이버 스트래터지의 저스트 셔먼 CEO는 “플랫폼이 중립적이라는 개념이 가짜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결정이며, 플랫폼은 플랫폼 내에서 허용하려는 것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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