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만장일치로 동결…추가 인상 가능성 있어"

조성진 기자 2023. 4. 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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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이어 연속 동결…"대외 불확실성 면밀히 살필 계획"

(지디넷코리아=조성진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3.50%)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작년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를 일곱차례 연속으로 인상 후 2월부터 이번달까지 2회 연속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기준금리가 동결됐다”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영향으로 다수의 위원들이 ‘금리 상단을 3.75%로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열린 금융통화정책방향협의회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고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한국은행)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하게 됐다”며 “다만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대외 불확실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금리를 결정할 때 항상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염두한다”며 “경기지표 자체보단 경기 악화가 금융악화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이어 “2분기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대를 기대한다”며 “다만 국제유가와 에너지 가격 변동이 여전히 변수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플러스 회원국이 원유를 감산하며 시장 원유가 급등할 것이란 전망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유가가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혼재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원유 가격 향방에 따라 공공요금과 식료품 가격 등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통위원 다섯명, 기준금리 상단 3.75% 전망

이번 금통위에 참석한 위원들은 해외상황과 기타 경로에 따라 상승여력을 열어두는 방향으로 의견을 합의했다.

이창용 총재는 “참석 위원 중 다섯명이 기준금리 상단을 3.75%로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정책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3.75%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밝혔다.

현재 시장에선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금리부분은 해외의 통화정책에 대한 영향도 있기 때문에 시장이 금리인하 기대를 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대한 시장 반응에 대해선 금통위원들 다수가 ‘과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와 크레디트스위스 사태를 보며 디지털뱅킹 시대의 위기관리 대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모바일뱅킹 시대는 예금자 보호를 즉각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뱅크런이 빠르게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외화 유출 우려보단 변동폭 완화에 초점 맞춰야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에 따른 외화유출 리스크 가능성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 수준은 미국보다 1.5%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인데 그만큼 외국인들에겐 투자매력이 떨어지고 이는 곧 외화자금 유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는 “외환시장은 금리격차 자체보다 변동성에 관점을 둬야 한다”며 “환율 변동성이 큰 경우,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른 여러 정책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 통화정책이 긴축정책이 지속될지 아닐지도 영향이 크다”며 “한국은 외채국이 아닌 순채권국이고 외화 역시 4천200억 달러 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큰폭의 변동성은 언제든지 대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외채국은 다른 국가에서 자금을 빌려오는 국가를 말한다. 순채권국은 반대의 개념이다.

이창용 총재는 “한국은행의 목표는 환율을 1천300원대에 유지하는 게 아니다”며 “시장에서 말하는 적정환율이라는 개념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자본시장은 과거의 프레임워크에 의해 작동하지 않는다”며 “환율은 하나의 가격변수로 보고 변동 폭이 클 때 개입되어 안정화에 힘쓰는 게 당국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11일 열린 금융통화정책방향협의회 모습 (사진=한국은행)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 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1분기 세계경제는 예상보다 양호한 회복 흐름을 나타냈으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로 주요국에서 금융부문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근원물가 성장은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속도 ▲금융부문의 리스크 상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중국경제의 회복 상황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분기 부진했던 국내 소비는 에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냈지만 IT 분야의 수출부진 심화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세 둔화됐다. 고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경기 둔화로 취업자 수 증가 폭 축소가 이어졌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의 금리인상 영향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다.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부진 완화 ▲중국경제 회복의 영향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4.2%)은 2월(4.8%) 대비 0.6%포인트 낮아지는 등 둔화 양상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4.0%로 2월과 동일했고,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로 전월보다 소폭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에는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외환시장은 장기시장금리 폭이 지난달 초까지 주요국 국채금리와 함께 상당히 높아졌다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무역수지 흐름 ▲주요국 금융불안 우려 ▲미국연방준비제도 긴축에 대한 기대 약화 등에 영향을 받으며 상당 폭 등락했다. 가계대출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이 지속됐지만 그 폭은 축소됐다. 

조성진 기자(csjjin2002@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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