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밀문건 유출 일파만파…“이집트, 러시아에 로켓 공급 계획”

WP “이집트 대통령, 서방 몰래 생산 지시”
민주 상원의원 “사실이면 미-이집트 관계 재고”

(시사저널=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의 모습 ⓒ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이집트가 은밀히 포탄과 탄약을 넘기려한 정황이 최근 유출된 미국 기밀문서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월17일자 1급 비밀 문서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2월1일 러시아로 운송할 로켓을 최대 4만 개 생산할 것을 지시한 것이 확인됐다고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엘시시 대통령은 서방과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생산과 선적 과정을 비밀에 부쳐야 하며, 공장 근로자들에게는 이 로켓이 이집트군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야 한다고 '살라 알딘'이라는 인물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해당 대화의 상대방은 이집트 정부의 군사물자 생산 담당인 모하메드 살라 알딘으로 보인다고 WP는 설명했다. 유출 문서에는 러시아인들이 살라 알딘에게 "무엇이든 살 용의가 있다"고 말하는 등 군사 물자 구매에 적극적이었음을 드러내는 대목도 담겨 있다.

또 엘시시 대통령은 자국이 운용하는 122㎜ 로켓 'Sakr-45s' 생산을 위한 여지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물건들을 중국에 판매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했다. WP는 이 로켓이 러시아의 그래드(Grad) 다연장포와 호환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집트 외무부 대변인은 "이집트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이번 위기(러·우크라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양측과 동등한 거리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런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이집트는 지속해서 양측에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협상을 통해 정치적 해결에 도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한 정부 관계자는 이번 문건에 드러난 이집트의 로켓 수출 방침과 관련해 "우리는 그런 계획이 시행되는 것을 파악한 바가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문건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국과 이집트 사이 외교가 단절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머피 의원은 WP에 "이집트는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동맹국 중 하나"라면서 "엘시시가 우크라이나에서 사용될 수 있는 로켓을 러시아를 위해 몰래 만들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재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픈소사이어티 재단의 세라 마곤 미국외교정책국장은 "미국의 동맹국이 노골적 전쟁범죄를 저지른 러시아 정부에 로켓을 의도적으로 판매하고 전달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전세계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며 이집트 안보 지원을 지속해야 하는지가 문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