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FA' 김연경, 흥국생명 남을까 떠날까…인연 혹은 악연
'배구 여제' 김연경이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했다. 그가 현역 연장 의사를 밝히면서 '우승 가능성'이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흥국생명과 김연경의 동행이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10일 김연경은 '도드람 2022-23 V리그 시상식'에서 여자부 MVP로 선정된 뒤 인터뷰에서 현역 생활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선수 생활을 좀 더 하려고 생각하면서 소속 구단과 협상 중"이라며 "다른 구단과도 얘기를 나누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좌절돼 통합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김연경은 '통합 우승이 가능한 팀으로 가고 싶다'는 바람을 강력하게 드러냈다.
그는 "통합 우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팀을 선택하려 노력 중"이라며 "(이번에 경험해보니) 통합 우승은 운도 따라줘야 하고 여러 가지가 맞아야 가능한 것 같다. 어렵겠지만, 도전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이 이번 시즌 흥국생명에서 통합 우승에 실패했기 때문에, 흥국생명과의 재계약 가능성은 작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김연경의 해외 이적으로 인해 갈등을 겪은 바 있기에 재계약 가능성이 작게 평가됐었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연경은 국내에서 4시즌을 소화한 뒤 2009년부터 임대 신분으로 일본 JT 마블러스에서 2년간 활약했다. 이후 그는 터키 페네르바흐체로 팀을 옮겨 활약을 이어갔다.
김연경이 페네르바흐체의 2011-12시즌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뒤 자신의 에이전트와 해외 구단을 물색하면서 흥국생명과 갈등이 생기게 됐다. 이는 FA 취득 자격을 두고 흥국생명 측과 김연경 측의 해석이 엇갈렸기 때문.
흥국생명 측은 김연경을 일본 JT 마블러스와 터키 페네르바흐체에 임대했던 3년을 흥국생명 소속 선수로서의 기간으로 계산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연경 측은 흥국생명에서 4년을 뛴 뒤 해외로 3년간 임대되었다는 사실을 들어 임대 기간도 흥국생명에 몸담고 있는 기간으로 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갈등은 국제배구연맹(FIVB)까지 회부됐다. 이에 FIVB는 △FIVB 국제이적 규정상 원소속 구단은 2013-2014 시즌에는 흥국생명이다 △페네르바흐체에선 상한선 22만 8750유로의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며, 흥국생명은 그 이후 김연경의 행보를 막을 수 없다 △김연경이 2013-2014시즌 이후 흥국생명과 새 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다음 시즌은 원소속 구단이 없어진다는 내용의 최종 결정을 내렸다.
당시 김연경은 "FA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면 국가대표도 은퇴하겠다"고 할 정도로 강경한 입장이었다. FIVB가 김연경의 손을 들어주긴 했으나 그가 국내에 복귀할 때는 흥국생명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리고 그는 2020년, 흥국생명에 복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무대에서 뛰기 어려워진 김연경은 2020년, 11년 만에 국내 리그에 돌아왔다.
김연경이 복귀한 흥국생명에는 당시 최고 주가를 달리던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이 있었다. 이들의 결합만으로도 우승 후보로 꼽혔던 흥국생명에 김연경이 더해지면서 일각에서는 '무실세트 우승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해당 시즌 4라운드까지 2위 GS칼텍스(승점 37)에 승점 12점을 앞서며 '무적'의 모습을 보였다. 정규리그 1위 자리는 당연하게도 흥국생명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다영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내가 다 터트릴꼬얌"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해당 글을 계기로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교 폭력(학폭) 논란이 확산했고, 이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되면서 흥국생명은 GS칼텍스에 정규리그 1위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GS칼텍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연경은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 공격 종합·서브 전체 1위, 디그 5위 등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했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는 2020-21 KOVO V-리그 정규리그 MVP를 받으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2021년 잠시 중국으로 떠났던 김연경은 2022-2023시즌 다시금 흥국생명으로 돌아왔다.
권순찬 감독의 지휘 아래 김연경은 팀의 고참으로서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2위를 이끌고 있었다. 현대건설이 1위긴 했으나 3라운드에서 현대건설을 3 대 1로 제압하는 등, 언제든 1위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1월 2일, 갑작스럽게 권순찬 감독이 경질됐다. 김여일 단장 역시 사퇴했다. 당시 흥국생명 측은 "구단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권순찬 감독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으며, 단장도 동반 사퇴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소식에 흥국생명은 흔들렸다. 심지어 권 감독은 KBS와 인터뷰에서 선수 기용에 대해 윗선 개입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권 감독은 "경기 전 문자로 선발 라인업이 내려왔다"며 "이를 거절하자 물러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김연경은 김해란과 함께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선수 기용 개입설은 사실이다. 경기를 (윗선이) 원하는 대로 하다가 지는 상황도 있었다. 부끄럽다"고 폭로했다.
감독 관련 이슈가 지속되는 등 팀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김연경은 페네르바흐체에서 자신을 지도했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과 극적 재회했다. 내부 이슈가 수습되면서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1위에 등극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은 통합 우승을 이루진 못했다. 챔피언결정전 1~2차전을 먼저 따내 우승 100% 가능성을 거머쥐었으나, 캣벨과 박정아를 앞세운 한국도로공사에 무너져 챔프전 준우승에 그치게 됐다.
1988년생인 김연경은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력과 리시브 능력을 보유한 에이스다.
무엇보다 김연경은 압도적인 팬 동원력을 지녔다. 올 시즌 V리그 정규 리그에서는 여자부에서 19차례 매진이 나왔는데, 그중 17번이 흥국생명 경기였다.
행보 자체가 화제인 김연경이 차기 행선지로 어디를 택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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