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면탈' 라비·나플라, 초고속 범행 인정→징역형 구형 [TD현장 종합]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허위 뇌전증으로 병역 면탈, 병무비리 등을 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라비(본명 김원식)와 나플라(본명 최 니콜라스 석배)가 각각 징역 2년, 2년 6월을 구형받았다.
11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는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비, 나플라 등 9명에 대한 1차 공판을 진행했다.
라비, 나플라 등은 병역 브로커 구 모 씨와 공모해 허위 뇌전증 진단을 통해 병역을 회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 씨는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돼 현재 재판 중에 있다.
라비는 지난 2012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지속해 병역을 미뤘고, 2019년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은 상태에서 2021년 2월 마지막으로 병역을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그와 함께 연예기획사 그루블린 공동 대표를 받고 있는 김 모 씨를 통해 구 씨와 접촉했고 5000만원에 계약을 진행, 그의 코치대로 실신 연기를 한 뒤 병원 진료를 받고 거짓 증상을 이야기해 진단서를 요구하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나플라는 라비가 공동대표로 있는 소속사 그루블린 소속으로, 마찬가지로 김 모 대표와 공모해 구 씨와 접촉, 우울증 증상 악화를 가장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으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서초구청에 배치됐지만 141일 동안 출근을 하지 않으며 우울증이 악화된 것처럼 조작, 허위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아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플라가 출근한 것처럼 출근부 등 관련 공문서를 허위로 꾸리는 등 복무이탈을 도운 공무원 5명도 관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는 라비와 나플라, 김 모 대표를 비롯해 나플라가 근무 중이던 서초구청 공무원 4명, 병무청과 서초구청 등에서 사회복무요원들을 지도 관리하는 관리자 1명, 서초구청에서 근무 중이던 또 다른 사회복무요원 송 모 씨까지 9명 피고인이 재판에 섰다.
검은 양복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라비는 차분한 태도로 자리에 앉아 재판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구속 상태인 나플라는 옥색 수의를 입고 안경을 쓴 채 법정에 출석했다. 관련 공무원들을 포함해 9명이 정시에 모두 출석했고, 법정에 함께 서 판사와 마주 보고 앉은 채 재판이 진행됐다. 이밖에도 피고인들의 가족, 관계자들이 자리해 재판을 지켜봤다.
◆ '초고속 인정', 첫 공판에서 결심까지 속전속결
이날 라비, 나플라, 대표 김 씨의 변호를 함께 맡은 법률 대리인은 모든 공소 사실과 제출된 증거를 빠르게 인정하고, 추가 증거와 진술이 없으니 곧바로 결심을 진행해 달라는 뜻을 재판부에 밝혔다. 또한 공무원 5명 중 불구속 기소된 3명, 사회복무요원 1명 등도 빠른 인정을 하며 이들에 대한 구형도 함께 이뤄졌다.
검찰은 라비에게 징역 2년, 나플라에게 징역 2년 6월, 김 모 씨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병역 브로커와 조직적으로 뇌전증, 우울증 등을 이유로 소집해제 신청을 신청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고 최초 병역 판정 검사 이후 장기간에 이어 병역 이행을 연기하던 이후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라며 "또한 법정에 이르러 자백하고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증거 제시 이전에는 변명 및 부인을 했던 점을 종합해 구형했다"라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밖에 공무원 3명에게는 각각 벌금 1000만원이 구형됐으며, 서초구청에서 복무 중이던 사회복무요원에게는 징역 1년이 구형됐다. 구속 기소된 공무원 2명에 대한 증거 조사는 다음 공판기일에 진행되며, 라비 나플라 등 구형을 받은 6명에 대한 선고기일은 추후 지정될 예정이다.
◆ 라비 "내가 유일한 회사 수입원, 코로나로 인한 위약금 발생 두려웠다"
라비, 나플라는 이 같은 빠른 구형을 예상한 듯 미리 준비한 글을 읽으며 최후진술에 나섰다. 이들의 최후진술에 앞서 변론을 진행한 변호인은 라비에 대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자신의 행위가 얼마나 무거운 죄인지도 인지하고 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며 "다만 피고인은 원래 4급 판정을 받았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한 재검에서도 4급 판정을 받아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또한 뇌전증으로 인한 병역 면제가 최종적으로 이뤄지기 전, 본인이 직접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해 6개월째 복무 중이다"라고 자진해 복무에 임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라비는 과거 천식으로 인해 4급 판정을 받았으나, 더 이상 복무 연기가 어려운 시점이 되자 해서는 안될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라비는 자신을 "그루블린의 공동 대표이자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김원식"이라고 소개하며 "당시 저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수입을 창출하던 아티스트였다. 또 코로나 이전 체결된 계약 이행 시기가 늦춰지고 있었고, 이 시점에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를 시작하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생계를 위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것.
이어 라비는 "이후 병역 면제가 되기 전에 사회복무요원 신청을 해 실제로 복무를 했기에 처음에는 제 죄를 인식하지 못했다. 이제는 그게 내 합리화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제 잘못이 얼마나 크며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줬는지 절실하게 깨달았다. 저의 잘못과 이로 인해 생긴 비판은 오롯이 제가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시간에도 성실히 복무를 하고 계실 분들과 오랜 시간 저를 사랑해 주신 분들께 면목이 없고 죄송하다. 저로 인해 상처받았을 뇌전증 환자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죄송하다. 평생 잊지 않고 속죄하며 살아가겠다"라며 고개 숙였다.
◆ 나플라 "어렵게 얻은 인기 사라질까 두려워, 韓 문화 몰라 군대 두려움 컸다"
라비, 김 모 대표에 이어 발언권을 얻은 나플라는 오열하며 글을 읽기 시작했다. 나플라는 "저는 미국 한국 이중국적자다. 음악 하나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2016년 홀로 한국으로 들어왔지만 한국의 문화가 너무 낯설었다. 한국에 처음 입국해 밑바닥부터 시작했다"라며 "언더그라운드에서 차근차근 실력을 알리고 Mnet '쇼미더머니'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됐는데, 어렵게 얻게 된 인기가 너무 소중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해 군대에 대한 주위의 이야기가 들렸고 마음속에도 늘 군대가 걸렸다. '쇼미더머니' 우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속해 입영 통지서가 날아왔고, 나이가 많아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활동이 중단될 경우 인기가 모두 사라질까 봐 너무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또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군복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라고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플라는 "그러던 중 브로커를 알게 됐고 어리석은 결정을 하게 됐다"라며 "이제는 내 잘못이 얼마나 큰지 깨달았다. 내 잘못으로 인해 성실히 병역을 이행하는 분들, 나를 사랑해 준 분들, 우울증 환우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준 지 알게 됐고,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힘들게 살고 있는 제 가족들에게도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알게 됐다"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그는 "제 죄를 모두 인정하고 죗값을 치르겠다. 그리고 한 번만 기회를 주신다면 병역 의무를 모두 이행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그루블린]
나플라 | 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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