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낮춰달라는 둔촌주공…은행권은 손사래, 왜?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4. 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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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현장과 견본주택. [이승환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이주비 대출 금리발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이자 부담이 너무 크다며 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금융사들은 더 이상의 편의를 봐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은행권에 이주비 대출 금리를 낮춰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가 거절당했다. 이주비 대출을 실행해 준 시중은행 가운데 일부가 이주비 대출 이자를 깎아 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만장일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다.

현재 조합의 이주비 대출 규모는 1조4000억원대에서 3000억원가량 줄어든 1조1000억원대다. 이자율은 ‘신규 코픽스+2.59%’가 적용돼 연 6.88%다. 지난해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로 이주비 대출 기간을 연장하게 되면서 기존(연 3.9~4.5%) 대비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사업 불확실성 등의 근거가 반영됐다.

둔촌주공 조합원 약 6000명 중 과반이 이주비 대출을 받아, 1인당 평균 3억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게 조합의 설명이다. 조합원의 이주비 대출 이자는 입주 시 이주비 대출 상환과 함께 정산하게 된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오는 2025년 1월에나 입주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에 조합원들이 지출해야 하는 사업비 이자 규모만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조합 관계자는 “초기 대출 시점으로부터 6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는데 앞으로 2년이나 더 이자를 내야 한다”며 “보유 물건 평형과 감정평가 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가구당 1억5000만원가량의 이자가 붙는다고 보면 된다”고 호소했다.

당근책도 제시했다. 조합은 이주비 대출 금리를 내려주는 은행에게 향후 일반분양 중도금 대출 금융기관 선정 시 가산점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앞서 정부가 분양가와 상관없이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준 바 있기에 은행으로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혜택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둔촌주공 원조합원 중에 목돈을 턱턱 내놓을 부자가 몇 명이나 되겠냐”며 “이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조합원이 대부분인데 이자와 분담금이 모두 늘어 속앓이가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주택 경기가 얼어붙어 이주비 대출을 실행할 금융사를 섭외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에 사업비 연장이 불가능했을 당시에도 금융사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만큼 조합의 요구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복수의 은행권 관계자는 “둔촌주공 조합은 연 12% 이자를 내고 있었는데 은행들이 연 6% 안팎의 금리로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해 PF 상환을 도왔다”며 “이주비 대출 이자 역시 연장 계약 당시 최저금리를 대입해 산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금리 인하 청구는 법적으로 고지된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라면서도 “둔촌주공을 기준점으로 삼는 사업장이나 정책이 많아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손 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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