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찾아온 LG 마운드 공백, 점점 커지는 임찬규의 시간
LG가 개막 열흘 만에 선발 한 자리가 비었다. 준비했던 중간 계투진, 그 중 롱릴리프 임찬규(31·LG)가 던져야 할 시간이 더 많아지게 됐다.
LG는 지난 10일 우완 선발 이민호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11일 롯데전 선발 등판을 준비하던 이민호는 9일 불펜피칭 중 오른쪽 팔꿈치에 이상 증세를 느껴 10일 정밀 검진을 받은 결과, 굴곡근이 손상돼 3주 동안 투구를 중단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1군 마운드로 복귀하기까지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4년차 이민호와 선발 2년차 김윤식, 고졸신인 강효종이 구성한 LG 국내 선발진은 10개 구단 중 최연소로 경험이 가장 적다. 그나마 가장 경험 많은 이민호가 개막하자마자 부상을 당했다.
올해 LG는 구위에 따라 현실적으로 선발진을 정하고 시즌 중 비상시를 대비해 중간계투진을 최대한 준비해놓고 시즌을 시작했다. 수년간 선발로 뛰어 경험이 제일 많은 임찬규를 롱릴리프로 둔 것이 핵심이다.
임찬규는 개막 이후 순조롭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일 KT전에서 선발 김윤식이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자 등판해 2이닝을 던지고 첫 홀드를 기록한 임찬규는 5일 키움전에서는 선발 이민호를 이어 1-2로 뒤지던 6회말 1사 1루부터 끝까지 2.2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9일 삼성전에서는 2-2로 맞서던 9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으며 연장전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LG의 끝내기 승리에 다리를 놨다.
임찬규는 업그레이드 시킨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앞세워 잘 출발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나가 긴 이닝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선발 대신, 후배들이 일찍 내려올 때 그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맡았다. 염경엽 LG 감독이 올시즌 마운드에서 가장 중요한 활약을 해줘야 할 투수로 꼽기도 했다.
LG는 임찬규 외에 스프링캠프에서 선발 경쟁을 했던 우완 백승현과 고졸신인 사이드암 박명근, 우완 유영찬, 좌완 함덕주를 중간계투 중에서도 멀티이닝을 소화할 자원으로 분류해놨다. 그러나 이 중 백승현이 10일 어깨 이상으로 엔트리 제외됐고, 박명근은 이민호를 대신해 선발 자리에 11일 롯데전부터 투입됐다. 마무리 고우석도 주말 잠실 두산전을 목표로 아직 복귀 준비 중이라 계투진의 이정용도 가장 뒤로 가 있다. 승부처에 투입되는 롱릴리프 역할은 이미 임찬규에게 무게를 두고 시작했지만 예상 못한 마운드 공백이 추가되면서 임찬규가 맡아야 할 몫은 생각보다 일찍, 더 늘게 됐다.
지난해까지 2년 간 부진했던 임찬규는 올시즌을 앞두고 롱릴리프로 이동하면서 “작년에 후배들 덕분에 플레이오프에서도 던질 수 있었다. 이제 후배들이 힘들 때 잘 받쳐주면서 끌고 가는 선배가 되고 싶다”며 “진짜 많이 나가서 많이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 시간이 왔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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