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년+α 구형" '병역 기피' 라비·나플라, 뒤늦은 눈물[종합]

공미나 기자 2023. 4. 1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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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비(왼쪽) 나플라. ⓒ곽혜미 기자, 메킷레인

[스포티비뉴스=공미나 기자] 병역 브로커를 통해 허위 뇌전증 진단을 받아 병역의무를 회피하려 한 래퍼 라비(김원식, 30)가 징역 2년을, 래퍼 나플라(최석배, 31)가 징역 2년 6월을 구형받았다. 두 사람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다.

1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김정기 판사는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라비, 나플라 등 8명에 대한 1차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라비와 나플라에게 각각 징역 2년, 2년 6월을 구형했다.

병역 기피 혐의에 가담한 두 사람의 소속사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 씨에 대해서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또 나플라의 출근부를 허위 작성하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는 서초구청 등 공무원 3명에 대해선 벌금 1000만원이 구형됐다. 이밖에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 1명도 복무이탈 혐의로 징역 1년이 구형됐다.

라비는 병역 브로커 구모 씨, 소속사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 씨와 공모해 허위 뇌전증 진단을 통해 병역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 구 씨는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나플라는 구 씨, 김 씨 등과 공모해 우울증 증상 악화를 가장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으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10월 8일 신체 검사에서 3급 판정을 받은 뒤 대학 재학, 피부과 질환, 천식 등의 사유로 병역을 연기했다. 이후 만 28세가 되는 2021년 반복적인 병역 이행 연기가 곤란해지자 입영을 추후 충실히 하겠다는 서약서를 서울병무청에 제출했다.

2021년 3월 라비는 김 씨와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 방문해 1년에 두, 세 번가량 뇌전증 증세가 있었다며 병역 브로커 구모 씨가 알려준 뇌전증 시나리오와 유사한 거짓말을 해 관련 약을 처방받았다. 이를 통해 2021년 5월 병무청에서 5급 판정을 받았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순차 공모해 병역 의무를 기피하고 감면받을 목적의 속임수를 썼다.

나플라는 김 씨와 함께 2021년 2월 경 구 씨를 만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가장해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를 받거나 재신검을 받아 5급을 받기로 공모했다. 나플라는 2021년 5월과 2022년 8월 두 차례 복무부적합 소집해제를 신청했지만 반려됐고, 그 사이 재신검을 받아 5급으로 병역 면탈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무단으로 이탈했다.

검찰은 라비와 나플라, 김 씨와 관련해 “병역 브로커와 조직적으로 뇌전증, 소집해제 신청을 했다는 점에서 죄질 분명하다”면서 “피고인 김원식, 최석배의 경우 최초 병역 판정 검사 이후 장기간 걸쳐 병역 이행 연기하던 중 공범범행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 현재 자백하고 있으나 수사 당시 객관적 근거 제시되기 전 변명과 부인으로 일관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는 라비와 나플라, 김 씨, 공무원 3명 등이 모두 공소사실과 증거를 인정해 곧바로 결심까지 진행됐다.

▲ 병역비리 첫 공판에 출두하는 라비 ⓒ곽혜미 기자

라비, 나플라, 김 씨는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요청했다.

라비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원래 4급 사회복무대상자였고, 이 사건으로 4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뇌전증 병역 판정은 그 특성상 진단만 받으면 7급 대상자가 돼 병역 연기가 되고, 진단으로부터 2년만 지나면 병역 면제 처분이 된다. 병역 면제가 되기 전에 사회복무를 하겠다고 자원했다. 그런데 기존 판정과 동일한 급수인 사회복무요원 판정 받아 6개월째 복무 중”이라고 짚었다.

라비가 소속사 그루블린의 대표로서 직원들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라비 측 변호인은 “라비는 회사 임직원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잘못된 판단을 했다. 반성하고 깊은 부끄러움 느끼고 있다”면서 “누군가에게는 20대의 젊은 시절이 인생의 정점이고, 그 시기가 지나면 직업적 생명이 마감된다는 점이 안타깝다. 이러한 점을 참조해달라”고 했다.

▲ 라비 ⓒ곽혜미 기자

라비는 최후 변론에서 담담하게 “당시 저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아티스트였다”며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코로나 이전 체결한 계약이 코로나로 이행이 늦춰지고 있었다. 입대를 한다면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복무 연기가 간절해 어리석고 비겁한 선택을 했다”며 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자신의 팬들과 뇌전증 환자들에게도 사과했다. 라비는 “오랜 시간 저를 사랑해 준 분들에게 면목이 없고 진심으로 죄송하다. 저로 인해 상처받았을 뇌전증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드린다. 평생 이 시간을 잊지 않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 라비 ⓒ곽혜미 기자

나플라는 격해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오열했다. 그는 “음악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2016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어려서부터 미국 문화에 익숙했던 저에게 한국은 낯설고 새로운 곳이었다. 한국에 처음 입국해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점차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쇼미더머니’라는 우연히 기회로 폭발적인 기회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얻게 된 기회가 너무 소중했다”는 나플라는 “저에겐 마음에 늘 걸리던 게 군대였다. ‘쇼미더머니’ 이후 입영 통지서가 날아왔다. 나이가 많은 저는 군대를 더 미룰 수 없었다. 어렵게 쌓아 온 인기가 모두 사라질까 두려웠다. 또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군복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한편 라비는 김 씨와 공모해 2021년 구 씨에게 5000만원을 주고 허위 뇌전증 시나리오를 받고 병역 기피를 시도했다. 라비는 구 씨에게서 뇌전증 시나리오를 받아 실신한 것처럼 연기해 병원 검사를 받았고, 이후 2021년 라비가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자 구 씨는 "굿, 군대 면제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나플라는 김 씨, 구 씨와 공모해 우울증 증상 악화를 가장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으려 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나플라는 사회복무요원 복무 기간 중 141일 동안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라비 등에 대한 선고 기일은 추후 지정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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