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문소리, '퀸메이커'의 불과 얼음이 선사할 쾌감 [종합]
김희애·문소리의 정치적 충돌과 연대 그린 작품
'퀸메이커'로 처음 만난 두 배우, 호흡 소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퀸메이커'가 불과 얼음 같은 두 여성의 이야기를 조화롭게 펼쳐낸다. 좋은 세상을 위한 소박한 이야기를 표방한 '퀸메이커'는 특히 김희애와 문소리의 투톱물이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감을 받고 있다. 근래 여성 서사 콘텐츠의 열풍 속에서 출발탄을 쏘아올린 '퀸메이커'가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퀸메이커'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과 오진석 감독이 참석했다. 작품은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 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메가폰을 잡은 오진석 감독과 문지영 작가는 선거판의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의 쇼 비즈니스를 예고했다. '퀸메이커'는 문지영 작가가 2018년부터 기획한 작품으로 선거판의 여왕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황도희와 퀸이 되어가는 오경숙에게 초점을 맞춰 지금의 제목이 정해졌다.
오진석 감독은 제목에 대해 "'퀸메이커'는 실제 영어권에서 사용되는 단어가 아니다. 전통적으로 정치 암투는 남성의 것이라는 뜻이다. 저희 작품의 첫 번째 특징은 전형적인 권력, 남성의 세계에 강렬한 두 여성이 충돌한다. 그 점이 다른 정치물과 다른 점"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정치 장르를 떠나서 여성의 연대 과정을 지켜보는 것 역시 '퀸메이커'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작품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오 감독은 극중 황도희가 오경숙에게 던진 질문에 집중했다. "왜 이렇게 약자를 위해 싸우냐"는 대사를 언급한 오 감독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에서 강렬한 이야기, 센 캐릭터로 소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제작 초창기 '델마와 루이스'를 모티브로 삼았고 두 여성이 대척점에 있는 그림을 구상했다. 선거와 정치판을 외피로 둘렀지만 전형적인 정치물과 다소 결이 다르다. 권력을 도구로 삼는 과정에서 고민이 있었단다. 오 감독은 "정치 드라마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너무 디테일한 정당, 정치인을 표현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었다.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논의를 나눴으나 전형적인 정치 장르보다는 자유롭게 이야기를 전개했다"고 밝혔다.
오 감독은 작품의 주축이 된 두 인물을 직관적으로 바라봤다. 불과 얼음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지금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캐릭터로서의 호흡은 어땠을까. 먼저 김희애는 "극중 인물들은 물과 기름이다. 원수처럼 지낸다. 같은 목표가 있기 때문에 연대하고 인간의 내면을 발견한다"고 짚었다. 문소리는 "각자의 목표가 달랐다. 점점 시간을 보내고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서로의 내면에도 영향을 끼친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까지 함께 맞춰지는 느낌이 있다"고 회상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영화 '윤희에게' '허스토리' 등 김희애는 매 작품마다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선보이는 것으로 호평을 받았던 터다. 극중 김희애는 어떤 일이든 본인의 뚜렷한 신념에 기반해 움직이는 황도희로 분했다. 은성그룹 미래전략기획실 실장이자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인 황도희는 오너 일가의 리스크까지 관리하며 승승장장구했지만 어느 날 회사를 관두며 한순간에 모든 걸 잃게 되는 낙폭이 큰 캐릭터다.
이번 작품을 작업하면서 연기적 접근에 대해 김희애는 "인간 김희애와 캐릭터가 동기화되는 것이 첫 번째 과정이다. 선과 악을 떠나서 인물의 철학, 감정을 황도희와 일체화했다. 이미지 메이커지만 퀸메이커로 성장하는 일기라는 느낌을 받았다. 모두가 갖고 있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을 보는 재미가 반전을 거듭하는 묘미가 있다. 저는 주로 운동화를 신는데 이 역할이 구두에서 절대 안 내려와서 고생했다"고 고충을 밝혔다.
'부부의 세계' 이후 넷플릭스 시리즈로 돌아온 만큼 부담감도 있었다. 그는 "저는 그냥 너무 기대하지 않고 편안하게, 아무 생각 없이 봐주시면 좋겠다. 작가, 감독,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 열심히 했다. 예전에는 배우들이 대사 외우기 급급했는데 요즘은 달라졌다. 같은 배우가 보더라도 실제 캐릭터로 착각할 만큼 메소드 연기를 했다. 보는 쾌감이 분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여성 서사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 김희애는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많이 없다. '허스토리'와 '윤희에게'는 정말 소중하다. 앞서 두 작품은 어두운 곳에서 주류가 아닌 약자들이었다면 '퀸메이커'는 반대편에 서 있다"고 답했다.
극중 문소리는 좋은 세상을 만들 수만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오경숙을 연기한다. 변호사 오경숙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당한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를 위해 은성그룹을 상대로 고공농성을 벌이다가 이를 제지하러 온 황도희와 처음 마주하게 된다. 아울러 문소리는 "여성 정치인의 화려한 언변을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훨씬 더 자유로운 사람이 정치인을 한다는 가정으로 출발했다. 기존 정치인에서 롤모델을 찾기 보단 시나리오 안에서 새로운 정치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장을 떠올린 문소리는 "김희애 선배님과 처음 작업하게 됐다. 조심스럽고 어려운 마음도 있었다.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했지만 한 배를 탔고 이 배가 잘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눈을 질끈 감고 식사 요청을 했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 나가는 모습이 잘 그려져야 한다는 걱정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서서히 맞춰지는 때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웃음을 터트렸다. 김희애는 "문소리는 정말 연기를 너무 잘한다. 범접할 수 없는 자기의 세계가 있다. 감독을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다. 굉장히 똑똑한 배우라는 걸 느꼈다. 서로 쌍욕을 하는 역할이라서 문소리가 더욱 조심스러웠을 것이다. 제가 단언컨데 이 역할에 있어서는 문소리가 우리나라, 전세계에서 최고일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울러 본업으로 복귀한 류수영은 "오랜만에 독한 배역을 맡았다. 요리하는 것도 행복하고 좋아하지만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가슴 뛰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현장에서 배울 것이 너무나 많았다. 청일점이자 막내다. 남자 선배들보다 여자 선배들이랑 있는 게 너무 좋았다. 황홀한 현장이었다"고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행사 말미 김희애는 "우리는 자부심이 있다. 최선을 다했다"면서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선거판의 왕관을 차지하기 위한 이야기인 '퀸메이커'가 넷플릭스의 왕관까지 손에 쥘 수 있을지 궁금증이 모인다.
한편 '퀸메이커'는 오는 14일 공개된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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